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는 프로야구 원년 이후 팀 명칭은 물론 모기업과 연고지가 바뀌지 않은 '유이한' 구단이다. 이에 삼성과 롯데는 원년 구단이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리그 전체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자며 지난 2016년부터 매 시즌 대구와 부산에서 각 한 차례씩 '클래식 시리즈'를 치러왔다.
팬들에게 단순한 재미를 넘어 추억과 진한 감동까지 선사한 클래식 시리즈가 출범 3년 만에 막을 내릴 위기에 처했다. 당장 올시즌 클래식 시리즈는 취소가 확정됐다. 삼성 관계자는 "최근 롯데 측이 구단 스케줄을 이유로 올 시즌 클래식 시리즈 진행이 어렵다고 알려 왔다"고 말했다. 22일 대구에서 열리는 롯데전을 클래식 시리즈로 진행하려 했던 삼성은 최근 부랴부랴 이벤트 취소를 공지했다.
클래식 시리즈를 기다려온 팬들은 큰 아쉬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대구에서 열린 클래식 시리즈를 관람했던 삼성팬 신모(27) 씨는 "선수들이 올드 유니폼을 입는 것부터 전광판이 한자로 뒤덮이는 것까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으로 돌아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며 "올해도 클래식 시리즈가 열리길 학수고대했는데 갑자기 열리지 않는다고 하니 허탈하다"고 했다.
올 시즌 갑작스런 취소 이유를 두고 각종 루머가 나도는 가운데 강민호와 관련된 설도 있다. 지난 겨울 삼성에 강민호를 빼앗긴 롯데가 몽니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마케팅 파트에서 외부 이벤트보단 내부 이벤트에 집중하고 싶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롯데 자체 이벤트인 '팬사랑 페스티벌'을 강화해 부산 홈팬들에 집중한다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강민호와 관련된 얘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우리(롯데)는 올해 삼성과의 클래식 시리즈뿐만 아니라 SK 와이번스와의 항구 시리즈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 시즌 관중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삼성은 흥행보증수표인 클래식 시리즈마저 취소되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해 8월 12일과 13일에 걸쳐 진행됐던 클래식 시리즈엔 이틀 동안 총 3만여 명이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를 찾았다. 특히 1만7천333명이 입장한 12일은 지난 시즌 라팍 최다 관중 5위로 기록됐다. 팬들은 당시 최하위권으로 떨어져 극심한 부진을 이어가던 삼성의 성적은 뒤로 하고, 과거 향수에 젖으며 잠시나마 행복을 맛봤다.
클래식 시리즈가 취소됐을 뿐 경기 자체가 취소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삼성은 예정대로 오는 22일 롯데를 라팍으로 불러들여 3연전을 치른다. 하지만 리그에서 유일한 클래식 시리즈의 다채로운 이벤트를 기대했던 팬들의 입장에선 재미가 크게 반감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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