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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공공미술에 관한 단상

"현실은 끊이지 않는 생성이다"고 한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의 말처럼 시작과 동시에 다음을 준비하는 변화의 속성이야말로 예술의 생리가 아닐까. 다층적인 현대미술 작품의 해석과 수용이 어려운 이유이다. 가끔은 논쟁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공공미술이다. 공공의 이해관계가 얽힌 공공미술은 논쟁이 빈번하다.

대구지역 공공미술 작품 하나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달서구에 설치된 '원시인 조형물'이 그렇다. 달서구청은 2017년 12월 진천동 테마거리의 랜드마크로 예술작품 제작을 작가에게 의뢰했고 작가는 지난 3월에 '원시인 석상'(길이 20m, 높이 6m)을 완성했다. 문제는 주민이 반발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5월 4일)에 따르면 "달서구의회는 '원시인 조형물' 철거를 요구한 진천동 주민청원을 채택했지만 '구청의 사업 추진에 강제적인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점도 함께 명시해 실제로 철거되진 않을 전망"이라고 한다.

유사한 사례가 있다.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 1939~ )의 작품 '기울어진 호'(Tilted Arc, 높이 3m 65㎝, 길이 36m 50㎝)에 얽힌 사연이 그렇다. 뉴욕 중심가에 설치됐던 세라의 '기울어진 호'도 시민들에게 반감을 샀던 작품이다. 1985년 공공시설국은 세라의 작품을 다른 장소로 이전할 것을 권했고 세라는 "작품을 다른 장소로 옮기는 것은 작품을 파괴하는 일"이라고 했지만 결국 9년의 법정 공방 끝에 1989년 철거됐다. 법원이 '장소 특수성'을 주장한 작가의 주장보다 공공의 의견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 사건은 예술가의 표현 자유와 공공의 권리가 대립한 사례로 회자되며 우리에게 몇 가지 질문을 남겼다. 공공미술의 본질과 예술은 그 자체로 공공의 장에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사전 준비에 대한 검토는 말할 것도 없다. 불특정다수에게 노출되는 미술인 만큼 공공미술 작품은 사전에 역사성과 장소성, 인지성, 소통, 자연 친화, 적당한 규모, 주변 환경과의 조화 및 위치 등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 외에도 사회학적 접근과 작업 방향을 위한 주민의 의견 수렴 및 자문위원회구성에 더하여 작업의 방법론과 작품 내용 등의 검토 또한 필요충분조건이다.

분명한 것은 문제가 제기됐고 해결점이 남았다는 것이다. 예술은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대변한다. 특히 조형예술 작품은 창작의 자유를 누리며 시각에 호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시인 조형물'은 예술가의 창작적 자유를 보장해 줄만한 예술작품인가? 무방비 상태에서 목격하게 되는 시각적 폭력인가? 사업 추진에 따른 행정상 직무의 불찰인가? 적절한 무게중심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일 것 같다. 미해결이면 아무리 값비싼 천재의 작품일지라도 사상누각이다. 예술은 삶과 불가분하기 때문이다.

서영옥 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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