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년 전 취임사에서 많은 약속을 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다'는 것이었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인재를 발탁하겠다'는 대목이 TK의 기대를 갖게 했다. 이른바 탕평 인사에 대한 믿음이었다. 그래도 의심하는 국민을 위해 문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못을 박았다.
취임 1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아니 더 멀어져 가고 있다. 대통령이 되면 누구나 자신의 지지 기반 출신을 끌어다 쓰고픈 유혹에 빠지기 쉽다. 실제로 대부분 그 유혹에 빠진다. 하지만 결과는 늘 허망하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 코드와 인연에 맞춘 인사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문성이 결여된 진보 성향 인사 중심의 '코드 인사'로 제 무덤을 팠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학연'지연 중심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로 국민 신뢰를 잃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첩 인사'와 '회전문 인사'로 시작해 '비선 인사' 끝에 몰락했다. '코드 인사' '고소영 인사' '수첩 인사' 모두 말만 다를 뿐 '내 편만 쓰겠다'는 오만은 똑같다.
문 대통령을 두고서는 '캠코더(캠프 출신'코드 인사'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란 말이 따라붙었다. 최근엔 참여연대 출신이 주요 요직을 장악한 것을 두고 "대학을 나오긴 나왔는데 '참여연대'를 나왔다"는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가 유행한다. 이명박 시대의 '만사형(兄)통'은 '만사참(참여연대)통'으로 바뀌었다. 역시 탕평 인사와는 거리가 멀다. 또 다른 '내 편 골라 쓰기'일 뿐이다.
'캠코더 인사' '참여연대 출신' 인사 논란 와중에 TK 출신 공무원들만 중앙 무대에서 길을 잃었다. TK라는 이유만으로 혹독한 시련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마무리된 문 정부의 초대 장'차관급 인사 114명 가운데 호남이 29명, PK(부산'경남)가 27명인 데 비해 TK 출신은 11명에 불과했던 것에서 예감할 수 있었다. 장'차관에서 밀려난 TK는 12개 정부 주요 부처 1급 인사에서도 주변부로 전락했다. 정치 바람을 탈 수밖에 없는 고위 공직자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중앙부처 국'과장급 공무원까지 요직에서 자취를 감췄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현 정부에서 적폐 청산을 주도하고 있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사람에게 충성하는 것이 아니다'는 말을 남겼다. 그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공무원은 사람이 아닌 나라를 위해 일해야 한다. 업무 외적인 의도로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특히 지역 출신 공무원들은 출신 지역 현안과 예산을 챙기는 등 중앙정부가 소홀하기 쉬운 지방과의 가교 역할을 한다. 지역 균형 발전에 그 나름대로 기여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위 공무원의 지역 안배에 실패하면 국토 균형 발전은 헛구호에 그치기 쉽다. 현 정부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중앙 공무원의 지역 안배가 그만큼 중요하다.
대통령은 의도했건 않았건 탕평 인사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졌다. 이에 대한 비판은 사상 초유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란 이슈에 묻혔다. 물론 최근 남북 관계의 극적 반전은 다른 모든 이슈를 덮기에 충분하다. 북의 완전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전제 아래 아낌없는 박수를 받아 지나침이 없다. 덕분에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편향 인사를 지적하는 소리가 작게 들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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