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의사들이 다시 거리로 나섰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원들은 서울 대한문 앞에서 제2차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저지하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 경찰 추산으로 7천여 명(의협 추산 5만여 명)이 이 자리에 모였다. 지난해 12월의 1차 대회 때와 비슷한 규모였다.
요즘은 북한과 관련한 얘기가 아니면 신문의 첫머리를 장식하기 힘들 정도다. 오죽하면 북한 관련 뉴스가 다른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란 말까지 나올까. 하지만 그 소식이 아무리 흥미롭고 중요해도 반드시 챙겨야 할 부분들은 있다. 문재인 케어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정부와 의사단체의 갈등도 그중 하나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케어는 비급여 치료 항목을 급여화해 국민의 치료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2022년까지 미용과 성형을 제외한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등 진료비를 급여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의협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이미 의협은 '제 밥그릇 지키기'라는 눈총을 받으면서도 두 차례나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의협은 문재인 케어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문 대통령 임기 중 3천600개가 넘는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는 불가능하다는 게 의협의 논리다. 의료수가(의사가 환자를 진료한 뒤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에서 받는 돈)가 낮은 상황에서 이를 현실화하면 중소 의료기관은 도산할 뿐 아니라 건강보험료가 올라 국민 조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편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정부뿐 아니라 보건의료노조, 무상의료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의협에 비판적이다. 낮은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두고 의사들이 수익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최근 무상의료운동본부 측은 "국민 개인의 사적 부담으로 연계되는 비급여 시장의 팽창은 더 이상 간과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문재인 케어의 본질을 왜곡하지 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의협의 주장 가운데 검토해볼 만한 부분도 있다. 문재인 케어를 시행하는 데 30조원 이상 들기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주장도 그중 하나다. 갑론을박이 있는 만큼 정확한 분석이 뒤따라야 할 문제다. 의료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되새겨봐야 한다.
그렇다고 의협이 머리에 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설 일은 아니다. 더 이상 환자를 볼모로 집단 휴진 운운하는 것도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이대로라면 논리적인 주장을 편다 해도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당하기 쉽다. 더구나 정부도 점진적 급여화를 논의하고 의료수가도 조정하겠다는 의사를 비치는 마당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데 동의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를 현실화하는 문재인 케어를 두고는 아쉬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수혜자인 국민의 목소리가 실종됐다는 쓴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문재인 케어가 관치주의, 정치의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고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는 제 색깔을 유지할 수 있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