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대, 지금 사랑하고 있나요?" 정호승 시인이 전하는 '사랑하며 사는 법'

지난 29일 북구여성행복아카데미에서 강연하는 정호승 시인
지난 29일 북구여성행복아카데미에서 강연하는 정호승 시인

지난 29일 영진전문대학에서 '북구여성행복아카데미' 프로그램이 열렸다. <수선화에게>,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등으로 유명한 정호승 시인이 강연자로 나섰다. '삶은 사랑으로 완성된다'는 메시지를 전한 정호승 시인. 1시간 30분 강의를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Q. 73년 등단으로 시인 활동을 시작했으니, 어느덧 40년이 훌쩍 넘었네요.
50년생이니, 올해로 70살이군요. 최근 고등학교 졸업 50주년 동창회를 갔어요. 세상에. 450명 졸업생 중 100여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더라고요. 인생은 참 불공평하구나를 느껴요. 한편으로는 보잘것없는 내가 70세까지 살아있다고 생각하니, 신이 나를 참 사랑하는구나가 절절히 와 닿더라고요.

Q. 오늘 '사랑'을 주제로 꺼내셨는데요.
요즘은 돈과 소유가 성공의 척도잖아요. 사랑은 희미해졌고요. 하나 저는 사랑이 결핍하고 부재하면, 억만장자라도 실패한 삶이라고 말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 일보다 더 고귀하고 값진 가치는 없거든요.

Q.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시를 낭독해주셨어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사랑에는 꼭 고통이 따라요. 그 과정은 오지와 설산을 거닐 듯 험준하고요. 그럼에도, 사랑해야 한다고 봐요. 모든 이가 경험으로 알 겁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얻는 순간만큼 풍족하고, 충만한 때가 없다는 사실을요. 고통이 따르기에 그 결실이 배가 되는 겁니다.

Q. 살다 보면 미움이 불쑥 찾아올 때가 많은데요.
시인이라고 왜 미움이 없겠어요. 오래 알고 지낸 친한 동생에게 엄청 큰 배신을 당했어요. 몇 날 며칠 잠도 못 잤죠. 증오와 미움 때문에요. 이러다간 내가 죽겠구나 싶었죠. 순간 '용서'라는 단어가 머리를 스쳤어요. 그때부터 용서가 무엇이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책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Q. 용서를 도와준 해준 책이 있다면요.
헨리 나우웬의 <탕자의 귀향>입니다. 저자는 렘브란트 유작 <돌아온 탕자>를 우연히 보고, 용서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 이 책을 썼어요. '용서하는 자(아버지)와 용서 구하는 자(아들)의 태도란 무엇이고, 진정한 사랑이란 결국 용서로 완성되는구나'를 배웠죠. 문득 이 땅의 모든 부모가 떠올랐어요. 그들의 사랑은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이며, 자식을 위해 늘 희생하고 오래 참고 결국 용서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와주신 분도 결국 누군가의 부모이니, 진짜 사랑을 실천하는 분들이겠군요.

Q. 사랑이란 고통과 험준함이 따르고, 용서로 완성되는 가치라 할 수 있겠네요.
그렇죠. "관계가 어려울 땐, 사랑을 택하라."강연할 때마다 함께하는 분들에게 꼭 이 말씀을 전합니다. 관계가 비틀어지고, 이지러질 때마다 꼭 사랑을 택하라고 권하죠. 선회하더라도 관계는 꼭 제자리로 돌아오거든요.

강단에 선 정호승 시인은 '부모'라는 교집합으로 공감을 자극하고, 시와 음악으로 사랑의 필요와 용서의 가치를 설파했다. 그는 삶이 곤할 때마다 늘 되새긴다는, 피에르 신부의 말을 인용하며 강의를 매듭지었다.

"인생이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얼마간의 자유시간이다."

미움에 걸려 넘어지거나, 고통이 들이닥쳐 엎어진다 해도 우리는 다시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다시 일어서 사랑을 향해 걷다 보면, 그 과정이 결국 사랑하는 방법이 될 테니 말이다.
정호승 시인을 만났고, 그에게서 보았다. 오래 참고 용서하며 사랑으로 버텨낸 삶이란, 과연 아름다움을.

<정호승 시인 소개>
절제된 감성과 서정적인 표현으로 고통과 외로움, 사랑 등 삶의 가치를 시로 전한다.
1950년 경상남도 하동 출생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첨성대'로 등단
주요 작품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등 다수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매일신문 디지털 시민기자 이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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