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하루 몇시간씩 연습하십니까

배성희 고려야마하 피아노 대표

피아노 음악과 피아니스트에게 관심이 있는 분들은 가끔 '횡재'를 한다. 내한 공연을 온 외국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이 좋은 피아노를 찾아다니다 악기숍이나 연습실에 자리를 잡고 피아노 연습을 할 때가 있다. 음반이나 동영상을 통해서만 만나던 연주자를 우리 동네의 연습실에서 마주치는 행운은 아마도 피아니스트에게만 한정돼 있을 듯하다. 자신의 악기를 갖고 다닐 수 없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고려야마하 피아노 대표
고려야마하 피아노 대표

세계적인 대가들은 사전준비 없이도 늘 연주를 잘할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무대에 서는 연주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한음한음을 연습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며, 그 모습은 학창시절 학생의 모습과 정확히 똑같다. 그들은 현재 자신의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 또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한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연습시간에 대해 크고 작은 강박관념이 없는 연주자는 없다. 악기와 마주하지 않는 시간은 늘 불안하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연습한다는 연주자도 꽤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들이 측은해 보일 때도 있지만, 그 과정 없이는 무대에서 청중들을 감동시킬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흔히 음악가들 중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들이 있다고들 하는데,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생각한다. 매일 연습실에서 고독을 친구삼아 자신의 실력을 재확인하는 직업의 사람이 지극히 사교적이라면 오히려 그 편이 더 이상하지 않을까.

대가들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연습에 매달릴까.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이상적인 대답으로 언젠가 들었던 정경화 바이올리니스트의 말이 생각난다. "사람들이 '몇 시간 연습하느냐'고 늘 묻는데, 전 항상 똑같은 답을 하죠. '가능한 모든 시간을'(Every possible minute). 즉, 시간이 허락되는 한 늘 바이올린과 함께 해야 하는 운명을 지닌 사람에게 연습을 위해 얼마나 시간을 내느냐는 궁금증 자체가 우문이다. 최근 70세를 기념하기 위한 독주회에서 보여준 정경화의 녹슬지 않은 기량은 자신의 말을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유려하고 풍성한 음색과 정확한 기교를 통해 아직 그녀의 전성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라이브로 들려주었다. 최근 인터뷰에서 정경화는 자신을 이렇게 평가했다. "기운이 달려 악기를 내려놓기 전까지는 죽을 힘을 다해 할 겁니다. 제게 '레전드' 라고들 하시는데, 진짜 전설이 되려면 계속 연습해야죠." 화려한 무대 위의 연주자들의 일상은 그다지 궁금해 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그저 연습실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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