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핵 떼려다 한미동맹 흔들?...트럼프 미국 대통령 "한미연합훈련 중단" 폭탄 발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장에서“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예측하지 못했던‘폭탄발언’을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 후 회담장인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에 따른 과도한 비용 문제를 거론하며 이같이 한미 군사훈련 중단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군사연습(war games)을 중단할 것”이라며 “그것은 우리에게 엄청난 비용을 절감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것(한미연합군사훈련)은 매우 도발적”이라며 “이런 환경 아래에서 우리는 완전한 거래를 협상하고 있다”고 밝힌 뒤 “연합훈련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더해 “엄청난 돈을 군사훈련에 쓰고 있다. 한국도 부담하지만 그것은 일부분”이라며 “괌에서 한국까지 와서 폭격 연습을 하고 가는 데 큰 비용이 드는데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도발적인 상황”이라며 “한국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해서도 경비 문제를 거론하며 “나는 그들(주한미군)을 돌아오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을 빼내는 문제는 현재 북미간 논의에 포함돼 있지 않으나 “어느 시점에 그렇게 하길 원한다”고 말해 미래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대북 안전보장’ 공약을 맞교환하는 공동성명에 합의한 뒤 곧바로 한미 군사훈련과 주한미군 문제를 거론함에 따라 국내외적으로 상당한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현재 한미는 연례적으로 키리졸브(KR) 연습, 독수리(FE) 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등 3대 연합훈련을 연례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들 훈련에는 미국의 전략무기를 포함한 수천여 명의 해외 주둔 미군과 주한미군, 막대한 장비 등이 투입된다.

이와 별개로 양국 육·해·공군·해병대 간의 연합훈련도 정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해군 간에는 핵 추진 항공모함·잠수함이, 공군 간에는 B-1B 랜서 전략폭격기·B-52 장거리폭격기·F-22 랩터·F-35B 라이트닝 스텔스 전투기 등이 각각 동원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이런 종류의 연합훈련을 모두 중단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전략무기가 투입되는 훈련만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의 최고 지도자의 이런 의중이 표면화했다는 점에서 그와 관련한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 2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 계기의 국방장관회담에서 북미정상회담 여건 조성을 위해 연합훈련을 ‘로키(low-key·절제된 수준의 저강도)’로 한다는 합의를 한 바 있다. 이 같은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 아니었느냐는 것이다.

사실 한미 연합훈련 축소 실시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당장 8월 중 시행될 UFG 훈련이 로키 적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 영향으로 미군이 이 훈련에 참여하지 않으면 훈련 규모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연합훈련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훈련 중단 배경으로 꼽은 점은 향후 큰 불씨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한미 군 당국은 연합훈련 비용을 분담하고 있는데 미측은 수년 전부터 우리 군에 비용 인상을 요구해 왔다.

미국 측은 1994년 처음으로 연합훈련 비용 분담을 요구했다. 이에 한미는 1996년부터 비용 분담협상을 시작해 1998년 2월 일괄 체결한 양해각서(MOU), 상호군수지원 시행약정(MLSA-IA), 모의지원 합의각서(SMOA) 등을 근거로 훈련비를 분담하고 있다.

매년 우리 측이 얼마의 비용을 분담하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미군은 1997년부터 2001년까지 164억원을 요구했지만, 우리 측은 경제사정 악화 등을 내세워 110억원을 냈다. 이 기간은 매년 20억원가량을 냈으나 그 이후로는 미군의 전략자산이 빈번하게 투입되면서 연간 수백억원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 이날 회견에서 “엄청난 돈을 군사훈련에 쓰고 있는데 한국은 충분히 부담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괌에서 폭격기를 동원하는데 6시간 반이 걸린다. 거대한 전투기가 한국까지 와서 폭격 연습을 하고 가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 저는 이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런 발언에 대해 국방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과 관련한 발언에 대해서도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 여부에 대한 질문에 “저는 감축하지 않는다. 언젠가 말하겠지만 저는 군대를 철수하고 싶다”면서 “2만2천명(공식적 2만8천500명)이 한반도에 주둔하는 데 귀국시키고 싶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과 비핵화 협상이 깊숙하게 진전될 경우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 차원에서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를 검토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군사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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