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피아노 앙상블이 전하는 전율

배성희 고려야마하 피아노 대표

정치와 외교 이슈(미북정상회담)가 나라 전체를 덮고 있지만, 오늘 시작되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역시 전 세계 축구팬들의 최대 이벤트다. 아무쪼록 정치 이슈와 관계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축구경기를 즐기고, 우리나라 국가대표 팀을 한 목소리로 응원하는 날들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고려야마하 피아노 대표
고려야마하 피아노 대표

이른바 '팀워크'는 축구 뿐 아니라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필수적인 덕목이자, 11명의 콤비 플레이가 승패를 좌우한다. 하지만 팀워크보다 독자적인 나만의 플레이가 중요한 직업도 있다. 일하면서 만나게 되는 음악인들 중에는 피아니스트가 가장 단독 플레이의 대명사다. 혼자서 넓은 음역과 사운드의 볼륨을 책임져야 하는 피아니스트가 때론 측은하기까지 하다. 그런 피아니스트들이 모여서 합주하는 아주 덩치 큰 이벤트가 있는데, 바로 '피아노 앙상블' 음악회다.

얼마 전, 오래된 뮤지컬 영화 '닻을 올리고'를 감상하다 놀란 적이 있다. 프랭크 시내트라, 진 켈리 주연의 이 영화에는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호세 아투르비(1895~1980)가 등장해 연주와 연기를 선보였는데, 야외 공연장에서 수십 명의 피아니스트가 각자의 피아노 앞에 앉아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2번을 연주하는 하이라이트 장면을 선사했다. 지금으로부터 70여 년 전 만들어진 이 영화 속 스펙타클한 명장면이 지금 봐도 신기한데, 당시 관객들에게는 얼마나 큰 전율을 선사했을지 짐작이 간다.

거대한 몸집과 기계적 장치를 갖춘 피아노가 귀족들의 음악 살롱에 '붙박이' 악기로 등장한 직후부터 이 악기끼리의 앙상블은 꾸준히 시도돼 왔다. 1대의 피아노에 두 사람이 앉아 연주하는 '네 손을 위한 연탄곡'부터 시작해, 초기 낭만주의 피아노 음악의 대가였던 쇼팽과 리스트 등 2대의 피아노를 위한 작품은 치밀한 앙상블과 확대된 텍스트에서 기대할 수 있는 화려함을 동시에 충족시켰다.

피아니스트들의 친목도모와 레퍼토리 개발, 성대한 이벤트의 필요성 등으로 만들어지는 피아노 앙상블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드물지 않은 공연의 한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달성문화재단은 '100대의 피아노'라는 특별한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베토벤은 합창 등이 피아노 앙상블로 딱 좋다.

한 번도 피아노 앙상블의 공연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시간을 투자해 한 번 가서 객석에 앉아보길 권한다. 건반 음악이 주는 사운드의 '홍수처럼 쏟아지는 진수'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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