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시아나 "투자유치 위한 '갑질'이었나" 비판 확산

지난 2일 아시아나 항공 기내식을 공급하는 업체의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사흘째 항공편 운항에 차질을 빚으며 승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투자금 유치를 위해 기내식 공급 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아시아나 ‘갑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번 ‘기내식 대란’에 대해 업계에서는 ‘예견된 참사’라는 분위기다. 아시아나는 당초 이달 1일부터 새 기내식 공급업체인 게이트고메코리아(GGK)로부터 기내식을 받기로 했는데, 지난 3월 신축 중인 GGK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임시로 3개월 간 중소업체인 샤프도앤코코리아에서 기내식을 공급받기로 했다. 하루 3천식을 공급하던 샤프도앤코코리아가 평소 생산량의 10배에 달하는 2만∼3만식의 기내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초기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기내식 업체를 변경하는 과정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03년부터 지난달까지 아시아나 기내식 공급은 독일 루프트한자 계열의 LSG스카이셰프코리아(LSG)가 맡아왔는데, 지난해 LSG가 아시아나의 투자 요구를 거절하자 5년 단위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GGK로 업체를 바꿨다는 것이다. LSG는 작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아시아나항공을 거래상 지위 남용 혐의로 신고하고 최근까지 공정위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LSG는 “아시아나항공이 계약 협상 과정에서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천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 달라고 요구했는데, 이를 거절하자 중국 업체인 GGK와 30년짜리 계약을 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지주회사 금호홀딩스는 지난해 3월 운영자금 목적으로 발행한 BW를 GGK의 모회사 HNA그룹(하이난항공그룹)이 1천600억원에 취득하기로 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상에서는 “금호그룹이 1천600억원 투자를 받으려 기내식 업체들을 상대로 갑질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아시아나는 LSG에 지속적으로 기내식 원가 공개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기내식 품질에도 불만이 있어 업체를 바꿨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공정 계약이 있었는지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불거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가 샤프도앤코코리아와 맺은 계약에서 30분 이상 공급 지연 시 음식값의 절반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고,15분 지연 시 수수료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이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역시 이런 계약조건에 부담을 느꼈으리라는 것이다.

더구나 사태 이후 운항 지연 및 ‘노밀’(No Meal) 상태로 기내식 없이 이륙하는 사례도 속출하면서 승객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기내식 대란 첫날인 1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중국 칭다오로 출국하면서 탑승한 비행기는 제때 기내식을 싣고 출발했다. 이에 대해 그룹 총수만 특별히 먼저 챙긴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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