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북한 평양 땅을 다시 밟은 허재 남자 농구 대표팀 감독이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을 찾아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마지막 남북 통일농구대회가 열린 2003년 선수로 방북했던 허 감독은 이젠 감독으로 다시 한번 평양을 찾았다.
허 감독은 4일 오전 평양에서 대표팀 첫 훈련을 하고 "15년 전에 여기 체육관 생겼을 때 처음 온 뒤 15년 만에 왔다"며 "처음 왔을 때와 비슷하게 기분 새롭고, 긴장된다고 할까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1999년 남북을 오가며 두 차례 진행된 통일농구는 2003년 평양에서 열린 대회를 끝으로 중단됐다.
2003년 당시 마지막 대회에선 남북을 대표하는 허 감독과 리명훈(49)의 끈끈한 우정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235cm 장신 센터 리명훈은 미국프로농구(NBA) 진출을 노리기도 했던 북한의 대표 농구 선수였다. 국제대회를 통해 자주 얼굴을 보면서 "명훈아", "형"이라고 부를 만큼 친해졌다.
허 감독은 "예전에 리명훈 선수와 소주 한 잔 먹는 장면이라든지 대화를 나눈 것이 화제가 됐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2003년을 마지막으로 보지 못했다.
북한 농구 관계자에 따르면 리명훈은 4·25 체육단 감독을 맡는 등 최근까지 농구 지도자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후반인 리명훈의 아들도 북한에서 농구선수로 활동 중이다.
허 감독은 리명훈과의 재회를 고대했지만 3일 평양 옥류관에서 열린 환영만찬에 리명훈은 참석하지 않았다.
허 감독은 "선수 생활할 때 옛날에 봤던 (북한) 선수들은 지금 고위 직책에 있는 것 같아서 많은 얘기는 못 하고 안부 인사만 했다"고 전했다.
리명훈은 다시 만나지 못했지만 옥류관 평양냉면은 15년 만에 다시 맛 봤다.
허 감독은 "15년 전이랑 옥류관 냉면 맛이 내가 느끼기엔 좀 다른 것 같다"며 "맛있게 먹었다"고 웃었다. 허 감독은 4일 점심에도 냉면을 먹었다.
만찬 도중 허 감독은 테라스로 나가 대동강 야경을 바라보며 대표팀 선수로 함께 온 두 아들 허웅, 허훈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허 감독은 "언제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념이 될 것 같아서 웅이, 훈이랑 사진을 한 장 찍었다"고 말했다.
아들들과 방북길에 오르면서 허 감독은 8년 전 세상을 떠난 신의주 출신 실향민 아버지도 떠올렸다. 방북 전 허 감독은 "저보단 아버지가 한 번 가셨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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