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증오하는 사회 '극혐 문화' 이대로 좋은가?

사회 전반에 퍼진 '극혐' 문화…익명의 공간타고 확산돼

# 최근 제주도에 500여명의 예멘 난민이 입국해 논란이 인 가운데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이 ‘난민에게 희망이 돼 달라’는 요지의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논란이 일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슬람 근본주의 성향 난민들에 의한 테러 가능성을 언급하는 한편 정 씨의 발언이 무책임하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 지난 10일 오전 10시 36분 남성혐오 사이트 ‘워마드’ 자유게시판에는 ‘예수 XXX 불태웠다’는 제목의 글과 함께 성체를 모독하는 낙서를 하고 불태운 사진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사진과 함께 “성당에서 신성시 하는 성체를 받아왔다. 천주교는 여자는 사제도 못하게 하고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등 존중해 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제주도에 입국한 수백명의 예멘 난민을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이 촉발되는가 하면 성별 간 대결 양상을 보이는 ‘혜화역 시위’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 남성혐오 커뮤니티 워마드(WOMAD)에서 ‘성체 훼손’ 사건까지 발생하며 사회적 갈등과 혐오 표현이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적, 세대, 종교, 성별, 성적 지향 등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나타나고 있는 갈등이 ‘혐오 문화’로까지 비화되며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이 같은 파열음이 사회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으며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했다. 백승대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체 훼손 사건의 경우 문제의 본질은 극단적인 수준에 이른 젠더 갈등인데 비교적 남성중심적인 종교문화까지 논의대상으로 삼았다. 여기에 자신의 의견을 극단적인 형태로 드러냄으로써 주목을 받고자 하는 심리까지 더해진 것”이라며 “매우 잘못된 행동이지만 갈등의 바탕이 된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귀 기울여야 갈등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익명성을 통해 좀 더 솔직한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통해 성장한 ‘혐오의 감정’이 오프라인에서까지 좀 더 쉽게 드러나는 사회가 된 것”이라며 “사안에 따라 건강한 다수가 잘못된 의견은 잘못됐다고 분명히 말하는 한편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소수의견에도 귀 기울이는 등 나와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한 인정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정부는 이 같은 혐오 표현의 온상이 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3일부터 성체훼손사진과 성당방화 예고글이 올라온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에 대해 중점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차별, 비하, 모욕 등 반인륜적 표현 등이 불법 유해정보로 판단될 경우 게시물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방심위 관계자는 “온라인 상의 차별 및 비하표현은 자칫 현실 범죄로 이어질 우려도 있으므로 시정요구가 불가피하다. 불법 유해정보를 발견하면 위원회로 신고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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