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텐트 옆에 볼일 보고, 상수원 구역서 물놀이…야영장 계곡 '몰염치 피서객'

도심 야영장 빈자리 찾기 어려워…예약안하고 텐트 치거나 쓰레기 투기 빈번

14일 오후 대구 동구 동화야영장의 모습. 주말을 맞아 야영장을 찾은 캠핑족들의 텐트로 가득차 있다.
14일 오후 대구 동구 동화야영장의 모습. 주말을 맞아 야영장을 찾은 캠핑족들의 텐트로 가득차 있다.

대구시내 한 야영장에서 근무하는 A씨는 지난 14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오전에 체크인 한 이용객이 텐트 데크 바로 옆에 대변이 있으니 치워달라고 요청한 것.

놀란 A씨가 CCTV를 확인해보니 무단 야영객 한 명이 텐트를 치고 밤새 놀다가 새벽에 볼일까지 보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A씨는 "가뜩이나 야영객이 급증해 복잡한데 기본적인 질서조차 지키지 않는 얌체 이용객들이 기승을 부린다"고 하소연했다.

본격 행락철이 시작되면서 도심 야영지와 계곡 등이 몰염치한 피서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말인 14일 오후 대구지역 야영장들은 대부분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달서구 한 야영장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토요일에도 빈 자리가 많았는데 올해는 일찌감치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예약조차 힘들 정도가 됐다. 예약 없이 찾아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야영객들도 상당수"라고 했다.

대구시가 지난 5월 18일 개방한 금호강 산격야영장의 경우 지난달에만 텐트 819동에 3천577명이 찾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이용객 2천142명에 비해 67%나 급증한 규모다. 올 들어 산격야영장을 찾은 이는 지난 12일 현재 7천40명에 이른다.

그러나 야영객이 늘고 예약이 어려워지면서 무단으로 야영장 터에 캠핑을 하거나 야영이 금지된 산중턱까지 점령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구 동구 한 야영장은 무단 야영객들로 마찰이 잦아지자 이용 준수사항을 녹음해 수시로 방송할 계획까지 세웠다. 야영장 관계자는"14일 하루동안 7, 8개 팀이 무단으로 시설을 사용해 마찰을 일으켰다. 잠시 앉았다 가면 다행이고 고기까지 굽는 사람도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14일 오후 팔공산 수태골 계곡의 모습. 곳곳에 상수원보호구역임을 알리고 입수를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지만 물놀이 인파가 눈에 띄었다.
14일 오후 팔공산 수태골 계곡의 모습. 곳곳에 상수원보호구역임을 알리고 입수를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지만 물놀이 인파가 눈에 띄었다.

물놀이가 금지된 상수원 보호구역에서 물놀이를 하는 행락객들도 적지 않다. 팔공산 수태골은 동화지구 사찰과 음식점의 상수원이어서 물놀이가 일체 금지돼 있다.

그러나 14일 찾은 이 곳에서는 행락객 수십 명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계곡 주위에는 페트병이나 종이컵, 전단지, 수박껍질 등 온갖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계곡에서 만난 김모(59) 씨는"상수원 보호구역이라도 이 정도 물놀이는 괜찮지 않느냐"며 "계곡 전체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취사 행위도 안한다"고 변명했다.

이에 대해 팔공산자연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물놀이 금지구역이라고 수시로 계도하지만 단속반이 떠나고 나면 다시 물놀이장으로 변한다"면서 "올 여름에는 계곡 주변 전체에 울타리를 쳐서 접근을 완전히 막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