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농사를 접을 판인데 내년엔 또 어떻게 버티지…'
지역 농가들은 내년에 최저임금이 또 오른다면 농사를 아예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농산물값은 제자리 걸음인데 인건비는 매년 오르고 있어서다.
◆농산물값은 제자리, 인건비만 올라
예천군 은풍면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김태호(59) 씨는 "현재도 최저임금 감당이 어렵지만 농사일은 손이 많이 가 사람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며 "지난 5월 적과시기에 맞춰 하루 일당 약 10만원을 주고 외국인 노동자 3명을 고용했다. 사흘 동안 적과를 마쳤지만 냉해 등으로 적과한 사과가 대부분 낙과해 일당을 거의 버린 셈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상주 사벌면에서 과수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조모(51) 씨는 "인건비가 싸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쓴다는 말은 옛말이다"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제 한국사람하고 똑같이 안 주면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문제는 한국사람들은 농가의 잡일을 하려고 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외국인 노동자를 쓰는 것이다"고 했다.
곶감값과 과일값은 내리는데 인건비는 오르니 상주지역 농가들의 고충이 큰 실정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지난해까지만 해도 생감 선별작업 하루 인건비가 5만원이었는데 올해는 한국인과 똑같이 6만5천원을 주는 것이 기정사실화됐다.
한 농가는 "같은 인건비에 이왕이면 말이 통하는 한국사람을 쓰는 것이 좋긴 하지만 일손이 딸리는 것이 농가의 현실이고 어쩔 수 없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축산농가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군위군 우보면에서 양계업을 하고 있는 십리길양계장 홍인식 대표는 "정 하다 안 되면 (이 업을) 그만둬야지 별 수 있나"고 했다. 외국인 노동자 16명을 고용하고 있는 홍 대표는 "우리 농장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에게 숙박을 제공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전기세와 수도세 등이 포함된다. 특히 겨울에는 난방비가 엄청 든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인상된다니 내년에 부담해야 할 추가분에 대해서는 생각하기도 싫다"고 했다.
경산에서 돼지 4천여 마리를 사육중인 서영수(65) 씨는 현재 내국인 2명과 외국인 2명을 고용했다. 서 씨는 "3~4년 전만 해도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초임 월급이 120만~130만원 정도였고, 경력이 1~2년 정도 쌓이면 150만~160만원 정도 주었다"면서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도 똑같이 최저임금이 적용되면서 지금은 초임이 180만~200만원선으로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농업계 현실 반영, 외국인'내국인 차등 적용해야
최저임금에 숙식제공비를 포함해주고 내'외국인에게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이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원가 상승 부담이 결국 소비자들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영천시 청통면에서 돼지를 사육하는 김영춘 대한한돈협회 영천시지부장은 "작년 외국인 노동자에게 한달 170만∼180만원을 지급했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올해에는 200만∼210만원에 숙소와 쌀도 제공해 부담이 늘었다"며 "외국인에게는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축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칠곡 왜관읍에서 양돈업을 하는 한천희 농업회사법인 팜스텍 대표는 정부의 최저임금 보완책이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제시한 최저임금 보완 지원책으로는 실질적으로 농가에 도움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 5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현재 1인당 200만원 정도의 임금을 가져간다. 하지만 업계 특성상 숙박이 제공되기 때문에 이 임금에 40만~50만원 정도가 플러스 된다고 보면 된다. 내년에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돼지값은 오히려 내려가기라도 한다면 업계는 초비상 상황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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