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너무 무서워서 잠 못 드는 공학 이야기/션 코널리 지음/하연희 옮김/생각의 길 펴냄.

너무 무서워서 잠 못 드는 공학 이야기. 책 표지
너무 무서워서 잠 못 드는 공학 이야기. 책 표지

공학 발전 덕분에 현대인은 아늑함과 안전함, 편리함을 누린다. 공학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언제나 완벽한 것은 아니다. 실수, 틀린 계산 등으로 재난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1937년 독일을 출발한 세계 최대 비행선 힌덴부르크 호는 미국 뉴저지주 상공에서 착륙을 준비하던 중 화염에 휩싸여 잿더미로 변했다. 1940년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 해협에서는 개통 4개월 밖에 안 된 현수교가 붕괴했다. 1980년 미국 루지애나주에서는 호수가 송두리째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2004년에는 프랑스 파리 드골 공항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이 책 '너무 무서워서 잠 못 드는 공학이야기'는 공학 재난 20가지를 담은 책이다. 우리 생활을 편리하고 아늑하게 해 주지만 재난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다양한 기술공학 원리와 상식을 알려준다.

◇ 비행선 힌덴부르크호는 왜 불탔을까

독일이 제작한 힌덴부르크호는 축구장 3배 크기로 도서관과 라운지, 산책로까지 갖춘 당시 세계 최대 규모 비행선이었다. 길이 243m, 폭 40m에 승무원 50명, 승객 72명까지 탑승이 가능했다. 1937년 5월 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이륙한 비행선은 5월 6일 오후 7시 21분 미국 뉴저지에 도착, 착륙 여건이 개선되기를 기다리며 상공을 선회하던 중 큰 폭발음과 함께 꼬리부분부터 화염에 휩싸여 추락했다.

왜 불이 났을까.

조사단은 이 비행기가 착륙을 위해 계류샥(선박 등을 부두에 정박 시킬 때 사용하는 밧줄)을 내릴 때 정전기가 발생해 비행선 내부를 채우고 있던 수소가스에 불이 붙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화재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비행선은 공중부양을 위해 공기보다 가벼운 헬륨가스를 채운다. 헬륨은 가벼운 데다 불이 붙지 않기 때문에 비행선이나 파티용 풍선을 채우는 데도 쓴다. 수소 역시 가볍지만 화재위험이 있어 불꽃이나 열에 노출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갖춰야 한다.

힌덴부르크 호 역시 헬륨가스를 쓰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당시 특허권을 갖고 헬륨가스를 독점생산하고 있던 미국은 전략자원인 헬륨가스를 독일에 수출하는 것을 금했고, 헨덴부르크 호는 어쩔 수 없이 헬륨 대신 수소를 썼다가 참사를 당했다. 이 사건으로 비행선 산업의 미래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 강풍도 견디는 다리가 미풍에 와르르

1940년 11월 7일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 해협에서 개통 4개월 된 다리가 무너졌다. 타코마 다리는 현수교다. 폭은 11m로 좁고 길이는 853m에 이른다. 원래 초속 53m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으나, 붕괴 당시 바람은 초속 19m에 불과했다. 미풍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다리가 무너질 정도의 강풍은 아니었다. 다리가 붕괴되자 다수의 공학자들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실시공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그러나 붕괴 장면을 담은 카메라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붕괴 원인이 드러났다.

'바람의 진동에 의한 공진현상', 즉 바람이 일으킨 진동수가 다리의 고유 진동수와 일치해 진폭이 증가하는 공진현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다가 다리가 무너진 것이었다. 카메라 영상은 다리가 좌우로 흔들리다가 급격히 비틀리면서 중앙부터 산산이 부서져 내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타코마 현수교에는 진동과 케이블 흔들림을 줄이기 위한 흡진기가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너무 약했고, 케이블이 끊어지자 상판 한쪽이 아래로 처지면서 불균형 상태가 되고, 결국 상판이 두 동강 나고 다리가 붕괴한 것이다.

타코마교 붕괴를 계기로 유체진동학 연구가 활발해졌다. 1951년 보강된 공법으로 새 다리가 타코마 해협에 다시 들어섰다.


◇ 어느 날 갑자기 호수가 사라졌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 페뇌르 호수(면적 3.2㎢)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1980년 11월 20일, 이 호수에서 메기 낚시를 하던 리언스 비아터는 호수에 갑자기 생겨난 소용돌이가 점점 커지면서 그쪽으로 배가 끌려가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배는 회오리치는 물살을 따라 원을 그리며 돌았고, 주변에 있던 다른 바지선 두 척은 이미 소용돌이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리언스는 수면 위로 삐쭉 올라와 있는 나무에 간신히 밧줄을 걸었다. 잠시 후 호수 물이 모두 빠지고 호수 바닥이 드러났다. 호수 위를 떠다니던 배와 부두, 통나무, 근처에 있던 나무까지 모두 회오리 속으로 사라졌다. 며칠 뒤 물이 다시 차올랐는데, 모두 소금물이 돼 있었다. 이 괴이한 사건은 세계 공학사에서 가장 기이한 참사로 꼽힌다.

이 사건은 정유회사가 시추지점을 잘못 정하면서 발생했다. 정유회사는 호수 아래 단단한 암석을 관통해 원유매장층을 찾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잘못된 데이터를 사용해 삼각측량을 하는 바람에 목표에서 122미터나 벗어난 지점을 지름 35cm 드릴로 뚫었다.

드릴이 파고든 곳은 동굴 같은 암염갱(소금광산)이 있는 곳이었고, 구멍이 나자 호수 물이 급속히 빨려 들어갔다. 물은 갱안의 소금을 녹이며 구멍을 계속 넓혔고 물살은 갈수록 빨라지고 소용돌이는 더욱 거세졌다.

페뇌르 호수의 물이 빠지자 인접해 있는 운하에서 호수로 물이 밀려들어왔다. 그 물살은 대단히 강해서 멕시코만의 바닷물을 끌고 들어와 원래 민물이었던 페뇌르 호수를 해수 호수로 만들어버렸다.

◇ 공학원리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 소개

이 책은 고대부터 21세기까지 이어진 20가지 공학기술 재앙을 다룬다. 각 사례별로 사건이 발생한 시간적‧공간적 배경을 설명하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재앙의 원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재난 발생 당시에는 몰랐던 원인을 시간이 흐른 뒤에 파악하는 경우도 있다. 책은 그런 과학적 진화과정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책은 또 각각의 현상과 관련한 공학적 원리는 물론, 공학적 원리를 쉽게 확인해볼 수 있는 실험방법도 소개한다. 대체로 아주 간단한 실험을 통해 핵심적인 원리 혹은 원인을 알려준다.

252쪽, 1만5천원.

▷ 지은이 션 코널리…

과학책을 여러 권 써낸 인기 과학 작가다. 영국 BBC 라디오의 과학 프로그램에 단골 패널로 활동하고 있다. 어려운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하려고 애쓰는 작가다.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물리 이야기'는 2016년 '미국과학교사협회가 추천하는 과학책'에 선정되었으며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과학책'은 2011년 전미과학진흥협회가 수여하는 '최고의 과학책'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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