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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발등에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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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경북부장
이호준 경북부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무섭다. 시험을 앞둔 학생들에겐 벼락치기 공부로 밤을 새우게도 하고, 결과물을 내야 하는 직장인들을 진절머리 나는(?) 회사에 밤늦게까지 꼼짝없이 붙잡아두기도 한다.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드러내지 않았던 저력과 실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도 발등의 불이다. 이는 보름 전 끝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월드컵만 손꼽아 기다렸던 국민을 텔레비전 앞에서 떠나게 했던 1차전 스웨덴전에서의 한국대표팀과 투혼을 발휘하며 국민을 감동시킨 3차전 독일전에서의 대표팀은 같은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경기를 했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 역시 발등의 불이었다. 3차전에서마저 지면 졸전 끝 3패, 역대 최악의 경기와 성적을 내고 귀국할 수밖에 없어 그 후의 모습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뻔했다.

지역의 대표 프로 스포츠 구단인 삼성 라이온즈와 대구FC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K리그1 전반기 14경기에서 1승밖에 거두지 못했던 대구FC가 후반기 시작하자마자 3경기에서 2승 1무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였다. 1부리그(K리그1)에서 2부리그(K리그2)로 강등될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리그 12위, 꼴찌로 전반기를 마쳤던 대구FC는 지금도 여전히 꼴찌이긴 하지만 반등 가능성은 전반기보다 훨씬 높은 건 사실이다. 월드컵 휴식기 동안 여름 이적시장에서 외국인 공격수를 저인망식으로 탐색한 뒤 물갈이하고 국내 공격수도 보강하는 등 2부리그 추락이라는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안간힘을 썼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부리그로 승격한 대구FC는 지난 시즌에도 전반기에는 2부리그 강등권인 최하위권을 맴돌다 외국인 공격수 교체라는 강수를 둔 뒤 후반기 대반격에 나서 강등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8위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리그를 마무리하기도 했다.

삼성 라이온즈 발등에 떨어진 불도 만만찮았다. 7~9위를 오가며 3년 연속 9위라는 위기를 맞았지만 후반기 들어 가을야구가 가능한 5위(7월 31일 현재)까지 순위를 끌어올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역시 발등에 떨어진 불의 위력이었다. 삼세번. 올해까지 9위 성적을 냈다면 '삼성 왕조 몰락'을 공식적으로 공표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구단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감독 교체 요구까지 빗발치는 위기의 순간, 숨겨 놓았던 발톱을 드러내며 상승 곡선을 탔다. 올 전반기 90경기에 39승 2무 49패를 기록했던 삼성은 후반기 들어 지난달 31일 현재 13경기에서 9승 1무 3패를 기록하며 순위와 분위기를 완전 반전시켰다.

물론 발등에 불이 떨어진 뒤 투혼과 뒷심을 발휘해 순위를 반등시키는 것도 짜릿한 묘미가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바닥을 헤맨 지역 프로스포츠 구단들의 성적 탓에 우울해하고 애를 태웠던 팬들을 위해 가끔은 처음부터 잘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프로 스포츠구단이 해야 할 팬 서비스 중 하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뒤 잘할 수 있다면 처음부터도 잘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 내년엔 시즌 초부터 잘나가는 삼성 라이온즈와 대구FC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정들었던 체육부를 떠나며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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