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뙤약볕과 액체 콘크리트, 위아래로 열기에 갇힌 건설현장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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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산재 사례 건설업종서 66% 육박… 법으로 보장한 휴식과 물·그늘도 딴 세상 얘기

폭염과 전쟁을 치르는 대구 연경지구 건설현장 근로자들이 지난달 26일 동구 지묘동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수건을 두른 채 작업을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폭염과 전쟁을 치르는 대구 연경지구 건설현장 근로자들이 지난달 26일 동구 지묘동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수건을 두른 채 작업을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야외 현장 근로자들은 연일 이어지는 폭염을 맨 몸으로 버틴다. 특히 강렬한 햇볕아래 고스란히 노출되는 건설 현장 근로자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선글라스와 모자, 물에 적신 손수건 등으로 중무장을 하고 일터로 나서지만 끓어오르는 열기를 이기기엔 역부족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4~2017년 폭염으로 인한 산업재해자는 35명으로 건설업이 65.7%(23명)로 가장 많았다. 온열질환에 따른 사망자 4명 역시 모두 건설업 종사자였다. 고용노동부는 더위가 가장 심한 시간대에는 휴식 시간을 주고, 물과 그늘 등을 제공토록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높다.

◆ 열기 내뿜는 콘크리트와 달아오른 철근…불구덩이 건설현장

낮 최고기온이 40℃에 육박하던 지난달 26일 오전 대구 동구 지묘동 한 아파트 신축 공사장. 근로자 100여 명이 지하 1층 기초공사에 한창이었다. 사방에서 하얗게 굳어가는 시멘트에 반사된 햇빛에 눈이 시렸다. 현장 가까이 다가가자 뜨거운 열기가 얼굴에 확 끼쳤다. 바닥을 다지는 콘크리트 타설 현장은 걸쭉한 콘크리트가 수시로 쏟아져 작업을 도중에 중단할 수도, 그늘막을 설치할 수도 없다.

뙤약볕에 아래에서 크레인 배관을 조정하던 배춘기(51) 씨의 얼굴로 쉴새없이 땀이 흘렀다.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날씨지만 태양보다는 바닥이 더 뜨겁다. 표면온도가 50도에 육박하는 콘크리트가 굳으면서 내뿜는 열기 탓이다. 배 씨는 "콘크리트는 즉시 작업을 해야 해서 하루 물량을 끝내려면 오후에도 쉴 틈이 없다"고 했다.

현장에 쌓여 있는 철근은 이미 햇볕에 달아오른 상태였다. 철근에 닿는 것만으로도 화상을 입을 수 있을 정도다. 황상령(43) 씨는 "철근은 열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철근 구조물 속에서 일을 할때면 마치 사우나로 된 감옥 속에 있는 것 같다"며 "장갑을 끼고 철근을 만져도 화상을 입는다"고 했다.

폭염과 전쟁을 치르는 대구 연경지구 건설현장 근로자가 지난달 26일 동구 지묘동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얼굴에 물을 부으며 몸의 열기를 식히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폭염과 전쟁을 치르는 대구 연경지구 건설현장 근로자가 지난달 26일 동구 지묘동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얼굴에 물을 부으며 몸의 열기를 식히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 건설 노동자들, 안전수칙 잘 안 지켜지는 공사현장이 태반

고용노동부는 건설현장에서 물과 그늘, 휴식 제공 등 폭염안전수칙을 지키고, 무더위가 심한 오후 2~5시에는 휴식시간을 주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하 건설노조)이 토목건축 현장 근로자 2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73.7%가 햇볕이 없는 휴식공간을 제공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원한 물이 없다는 응답자도 10명 중 3명이나 됐다. 반면 폭염특보로 오후 2~5시에 작업을 중단했다는 근로자는 14.5%에 불과했다.

폭염과 전쟁을 치르는 대구 연경지구 건설현장 근로자들이 지난달 26일 동구 지묘동 아파트 신축공사장 컨테이너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폭염과 전쟁을 치르는 대구 연경지구 건설현장 근로자들이 지난달 26일 동구 지묘동 아파트 신축공사장 컨테이너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이에 대해 대구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열사병 대비 자체점검표와 결과를 첨부하지 않은 지역 내 사업장 2곳에 대해 지난 3일까지 열사병 대비 특별 점검을 했다"며 "물, 그늘, 휴식 등 열사병 예방 기본수칙이 적절히 지켜지는지도 현장 지도·감독 때 마다 확인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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