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륙작전은 실패했고, 나는 보병부대를 철수시켰다. 지금 이곳에 공격을 지시한 내 결정은 최선을 다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했다. 육군과 공군, 해군은 모두 용감하게 최선을 다했다.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한 책임은 어떤 것이든 내게 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하루 앞둔 1944년 6월 5일 연합군사령관 아이젠하워가 작전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쓴 편지다. 철저히 준비했지만 작전이 실패했을 경우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는 무거운 책임의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The buck stops here.' 일본 원폭 투하, 마셜플랜, 한국전쟁 참전, 맥아더 해임 등 '세기적 결단'을 많이 했던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 책상 위에 놓아둔 나무 명패의 문구다. 이 말은 포커 게임에서 '패를 돌릴 순서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는 뜻의 'passing the buck'에서 나왔다. 예전에 패를 돌릴 사람 앞에 수사슴(buck)의 뿔을 놓아두었던 데서 유래한 것으로, '남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의미다. 'The buck stops here'는 그 반대말로 자신이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이다.
트루먼은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이 말을 즐겨 썼다. 책임은 내가 지겠으니 실행하라는 것이다. 그래도 머뭇거리는 부하에게는 단호했다. "나는 당신 곁에 있을 것이다. 뜨거운 열기(쏟아지는 비난)를 견딜 수 없으면 부엌을 떠나라." '그만 두라'는 것이다.
태평양전쟁 직전 일본 총리 고노에 후미마로(近衛文麿)와 해군의 행동은 정반대였다. 당시 미국은 일본이 원하는 외교 교섭 조건으로 일본군의 중국 철수를 요구했다. 이에 육군이 펄펄 뛰자 고노에는 해군에게 의향을 물어왔다. 돌아온 대답은 "잘 모르겠으니 총리가 알아서 하시라"는 책임 회피였다. 고노에는 더했다. 국가가 존망의 기로에 섰는데 육해군의 의견 불일치를 빌미로 사임한 것이다.
2022년 대학입시 개편안 결정이 교육부로 되돌아오게 생겼다. 교육부가 책임지고 결정해야 할 사안을 공론화위에 떠넘긴 결과가 이렇다. 교육부의 '결정 장애'가 낳은 시간과 돈의 낭비다. 그럼에도 교육부 장관은 '책임'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낯이 두껍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트럼프, 중동상황으로 조기 귀국"…한미정상회담 불발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