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18 대구사진비엔날레에 부쳐

최현묵 대구문화예술회관장

최현묵 대구문화예술회관장
최현묵 대구문화예술회관장

어쩌면 세상의 모든 갈등은 프레임에서 비롯된다. 자기만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고, 가치를 판단하고, 또 방향을 정한다. 그런 까닭에 다른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고 가치를 판단하고 또 방향을 정하는 사람이나 세력과 만나게 되면, 충돌하고 다투고 이기려 한다. 흔히 보수와 진보가 그렇고, 선진국과 개도국이 그렇다. 요즘 부각되고 있는 남성과 여성의 성 대결은 더 그렇다. 프레임이 다르면 똑같은 상황을 두고도 해석이 다르고, 해결 방안도 다르다. 그래서 다르다는 이유로 싸우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또 그 싸움의 양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프레임을 가지고 있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 없다. 프레임은 성숙한 사람이 당연히 가져야 할 가치관이며, 모든 판단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로 치자면,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공동체 의식이며, 문화와 역사일 수 있다. 사회의 프레임은 구성원들을 서로 연대하게 하고, 그 힘으로 그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개인이나 사회가 가지고 있는 프레임은 에너지를 결집시키는 원천인 셈이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프레임이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서로 다른 프레임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은 서로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이 아니라는 전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즉 장님이 코끼리의 다리, 배, 꼬리를 만지며 코끼리를 정의하는 것과 비슷하다. 자신의 입장에서는 맞지만 결코 옳은 답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 각각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면 코끼리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즉 서로 다른 프레임은 각기 다른 부분의 진실을 담보하고 있는 것이다.

때에 따라선 프레임 자체를 벗어던질 수도 있어야 한다. 자칫하면 프레임이 선입견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귀고 알아갈 때, 섣부른 선입견은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낯선 문화를 접할 때 역시 마찬가지다. 시대와 환경이 변화했음에도 과거의 프레임을 계속 고집한다면 퇴행과 퇴화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즉 프레임은 필요하되, 자유롭게 벗어던질 수도 있고, 바꿀 수도 있고, 또 다른 프레임과 어울려 지낼 수도 있어야 한다. 바로 'Frame Freely'이다.

21세기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의 가장 큰 특징인 융복합이 의미하는 바, 역시 'Frame Freely'이다. 장르와 영역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총합할 뿐 아니라, 존재 방식을 교환하기도 한다. 오늘날 예술은 새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발전하고 있고, 그 진화의 속도 역시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특히 예술로서 가장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사진의 존재방식 역시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오늘날의 사진 예술은 전통적인 표현 방식에 구속되지 않고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2018 대구사진비엔날레의 비전, 'Frame Freely'는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시대의 화합과 조화를 소망하는 메시지로서 작동할 뿐만 아니라, 이 시대 사진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7일 개막하는 2018대구사진비엔날레를 통하여 우리 모두 'Frame Freely'의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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