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이 어려운 형사사건 피고인을 돕는 국선전담변호사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구지법에는 모두 11명의 국선전담변호사가 한달 평균 30건의 변론을 맡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대구의 국선전담변호사들의 평균 무죄율은 1~2% 수준으로 전국 평균 무죄율보다 2~4배 가량 높다. 이들은 피고인과 수차례 만나 3~4시간 이상 상담하며 변론을 준비한다.
지난 17일과 21일 두차례에 걸쳐 대구법원 소속 오동현(34) 국선전담변호사와 동행하며 국선전담변호사들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재판에 이어 재소자 접견…한달 평균 30건 변론에 눈코뜰새 없는 하루
지난 21일 오전 대구지법 별관 2호 법정. 소액 대출 사기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에게 검사가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구형의 뜻을 몰랐던 이 여성은 곧 감옥에 갈 것으로 여기고 한참동안 울먹였다.
오동현 변호사가 구형과 선고의 차이를 설명하며 피고인을 달랬다. 그는 "국선 변호사가 만나는 피고인들은 법을 잘 모르고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2006년 도입된 국선전담변호사는 소속 법원에서 진행되는 형사재판을 전담하는 국선변호사다. 사선 변호사 선임이 어려운 피고인이나 미성년자, 고령자, 구속 피고인을 돕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구지법 소속 국선전담변호사 11명은 일반 변호사보다 3배 이상 많은 한달 평균 30건을 변론하고 매달 800만 원의 급여를 받는다. 급여와 수임이 안정된 전담제가 도입되면서 과거 사선 변호사가 맡던 일반국선보다 변론의 질이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500여건의 사건을 수임한 오 변호사가 받아낸 무죄 판결은 2%가량인 10여건이다. 전국적으로 평균 무죄율이 0.5%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성과다. 오 변호사는 "대구의 국선전담변호사의 무죄율은 1~2% 수준"이라며 "피고인들과 수차례 만나 3~4시간 이상 상담하며 변론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오전 재판을 끝낸 오 변호사가 대구구치소로 향했다. 폭행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 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 20대 피고인을 접견하는 길이었다. 오 변호사는 조금이라도 형량을 낮출 수 있도록 탄원서를 받는 등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구치소에서 작은 책상을 사이에 두고 피고인과 마주앉으면 두려울 때도 있다"고 했다. 위급 상황 시 그를 보호해주는 유일한 안전장치는 책상 아래 설치된 비상버튼이 전부다.
오 변호사는 "작년 9월에는 막무가내로 무죄 취지 변론을 해달라는 30대 남성이 행패를 부려 애를 먹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억울한 피고인 없게…민사나 행정심판도 확대 필요
국선전담변호사들은 억울한 피고인이 무죄 판결을 받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오 변호사는 함께 경운기를 타고 가다가 아내가 떨어져 숨진 80대 노부부의 사연을 떠올렸다. 검찰은 남편의 부주의로 아내가 사망한 것으로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오 변호사는 "귀가 어두웠던 할아버지는 사고가 난 사실을 몰랐고, 지병이 있던 할머니가 경운기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을 가능성도 있었다"고 했다.
변호인이 제출한 의료기록을 검토한 법원은 지난 4월 할아버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병에 따른 자발성 뇌출혈이 사망원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유였다. 재판이 끝나고 자녀들은 오 변호사를 찾아와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다.
국선전담변호사는 재판 진행이 원활하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 쏟아지는 형사사건을 처리해야하는 재판부는 처리가 까다로운 사건이나 사정이 딱한 피고인을 국선전담변호사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고, 법원도 정기적으로 국선전담변호사들과 간담회를 열며 소통을 강화하는 추세다.
국선전담변호사는 매년 1월 면접과 시험을 거쳐 지역별로 선발되며 올해도 3대 1을 넘었을 정도로 경쟁률이 치열하다.
오 변호사는 "억울한 사람은 늘 있기 마련"이라며 "법을 잘 몰라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민사나 행정심판 사건도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게 국선변호사제도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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