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교 운동부 지원하는 '학부모후원회' 불투명 운영 도마에

학부모와 감독·교장 직접 접촉 막고, 간부 선임은 입맛대로…“자녀 불이익 받을라” 속앓이만

고교 운동부에 갖가지 경비를 지원하는 ‘학부모 후원회’를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후원회 간부만 교장·감독 등과 직접 접촉할 수 있어 감독 선임 등 온갖 정보가 몰리는데다, 선출 과정도 임의로 이뤄지는 등 운영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다.

지난달 31일 대구시교육청 담당 장학관과 장학사들은 지역 한 고교를 방문해 현장 점검을 펼쳤다. 최근 선임된 감독 심사과정과 학부모후원회 운영과 관련한 민원이 잇따라 제기된 탓이다. 시교육청은 감독 선임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학부모후원회 운영에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 ▷투표를 통한 회장단 선출 ▷회장단 인원 최소화 ▷회장단 간부만 감독·교장을 접촉하는 방식 폐지 등을 지시했다.

운동부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선수들의 식비와 전국대회 참가 경비, 감독·코치 등 지도자 급여 등 60만원 가량을 매달 직접 부담한다. 전국대회 4강 진출시 급여의 100%, 우승시 200% 등 성적에 따른 상여금도 별도로 낸다.

학부모후원회는 회비를 모아 지출을 총괄하고, 회의·시합 등 정보를 학부모에게 통보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학부모후원회 회장과 학년별 대표 등 간부들은 다른 학부모보다 인맥을 쌓을 기회가 더 많고, 교장·감독과 자주 대면 접촉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반 학부모는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학부모 A씨는 “간부들은 학부모들이 감독에게 개별 연락하지 못하도록 제지한다. 불만이나 건의사항이 있어도 자녀가 불이익을 받을까봐 참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뒷말이 난무한다. 시교육청 점검을 받은 해당 고교는 최근 전임 감독이 학부모에게 억대 금품을 요구했다가 경질됐고, 이후 전 감독의 최측근인 수석코치가 후임 감독에 선임되면서 내부 반발이 일기도 했다.

다른 학부모 B씨는 “일반 학부모들이 감독 월급 등 재정적 부담을 떠안고 있는데도 후임 감독의 평가기준과 심사과정을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적으로 설립 근거가 없는 학부모후원회의 구성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투표 등 공정 절차를 없이 전임 회장단이 간부를 지명하는 관행 탓이다.

학부모 C씨는 “입학 전 오리엔테이션 때 이미 간부들이 정해져 있었다”면서 “재력 순으로 후원회 간부가 정해진다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라고 했다.

해당 고교 교장은 “그동안 선수 출전 혜택 등 학부모후원회 간부와 감독간의 유착 의혹이 제기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학부모후원회가 맡던 역할을 코치나 야구부장에 맡기고, 회장과 총무 한 명씩만 남기는 등 학부모후원회 개입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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