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은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둡고 험한 길이었습니다. 비틀대다 상처입고 주저앉기도 했습니다. 빛이라곤 없는 어둠속은 깊은 수렁이었습니다. 두려움이 온몸을 휘감을 때 어떤 외로움이 오히려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만 멈춰서도 난 혼자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한 발짝 한 발짝, 어둠의 속살을 밟고 가느다란 빛을 찾아 손을 내밀었습니다. 빛은 조금씩 환하게 바뀌었고 어둠은 어느새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이미 메말라 버린 줄 알았던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 지금 우리 조선은 이렇게 어두컴컴한 삶 속에 놓여 있습니다. 제발 저에게 밝은 학문의 길을 열어 주셔서 이 나라를 학문의 등불로 밝히게 해주세요."
문득 하란사가 이화학당에 입학할 때 프라이 교장에게 간곡히 부르짖었던 절규가 생각났습니다. 살아있다는 건,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힘을 가졌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수필 <내 영혼의 까치발>은 대장암 선고를 받았을 때의 절망을 그렸습니다. 그때 제게 세상은 온통 암흑이었습니다. 외로움이 오히려 친구였습니다. 같은 신앙을 가졌던 이들도 죽음을 예측하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났습니다. 세상 눈빛이 모두 얼음처럼 차갑게 느껴졌습니다. 오직 아들만이 희망을 버리지 않고 함께 해주었습니다. 그때부터 형식적인 위로를 앞세우는 사람을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홀로 방황하던 약한 영혼은 죽음의 문턱에서 필사적으로 까치발을 들고 세상과 맞섰습니다.
아무도 제게 문학이 천명(天命)이라고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고독한 글쓰기였지만 손에서 놓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매달렸습니다. 우연히 방송대 선배인 장미숙 작가와의 만남에서 저는 새로운 용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웅크리고 있던 제 의식이 졸탁(啐啄)으로 깨어지던 날. 저를 가두었던 두려움도 깨졌습니다. 인간에 대한 진실한 사랑만이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걸 알았고 그런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부족한 글을 당선작으로 올려주신 매일신문사 관계자분들과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이 고개 숙입니다. 예순이 훨씬 넘은 나이는 글쓰기에 장애가 될 줄 알았는데 그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습니다. 이제 겨우 껍질을 벗고 나온 애벌레의 마음으로 묵묵히 수필의 길을 걷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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