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추석 민심]남북관계 시선 "한반도 평화 기대"…"침체된 경제도 챙겼으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밤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밤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에 입장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대구시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남북 평화가 한 단계 더 진전되면서 남북 간 교류 확대가 경기 침체를 극복할 돌파구가 되길 기대하는 의견도 많았다.

그러나 70년에 걸친 반목의 경험 탓인지 아직 북한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국내 경기 침체가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남북 관계에만 매몰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왔다.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면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감은 세대를 뛰어넘었다. 대학원생 신동일(26) 씨는"올 들어서만 3차례나 열린 남북정상회담이 경직됐던 남북관계가 유연해지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대학생 지희선(24·경북대 사회학과) 씨는 "북한과 가까운 경기도 고양에 사는 지인들이 우스갯소리로 고향에 땅을 사야 한다고 한다"며 "부정적으로 남북관계를 지켜보던 이들도 이제는 기대감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휘(68) 씨는 "사회, 경제, 문화 등 전 분야에서 교류를 확대하는 자체가 통일이라고 본다"며 "60대 이상에서는 아직 걱정을 많이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비핵화와 평화가 이뤄진다면 북한에 좀 퍼준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되겠나"라고 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소모적인 분단 상황이 종식되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배진덕 대구변호사협회 홍보이사는 "평양 남북정상회담으로 제2의 민족적 도약을 맞이할 단초가 마련돼 기대감이 크다"면서 "일각에서는'통일 비용'을 운운하지만 70여년간 이어진 분단비용을 넘어서진 못할 것"이라고 했다.

주부 전진화(58·수성구 시지동) 씨는 "경제 교류 분야에서도 외국에 공장을 짓는 것보다 북한과 협력하는 게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쇼'라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지만 지속적인 교류 노력이 진정성 있게 보인다"고 했다.

정부의 대북 정책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도 존재한다. 끝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국내 경기는 제쳐둔채 남북 관계 회복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문시장에서 분식류를 판매하는 신은숙(65)씨는"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어 경기 회복의 여건이 마련되면 좋겠다"면서 "요즘 매출이 점점 떨어지는데 평양에라도 가서 장사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건어물 상점을 운영하는 김지성(27·수성구 지산동)씨는 "집안 살림이 풍족해야 바깥에서도 대접을 받는다고 했다"며 "북한과 관계 개선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 자영업자들의 평화로운 삶도 돌봐줬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북한의 속내를 아직 믿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주부 황지현(31·달성군 유가읍) 씨는 "남북관계가 개선되다가도 북한이 도발을 멈추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 불안하다. 왜 갑자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화해의 손을 내미는지, 진심으로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건지 의심이 가는 게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인내심을 갖고 남북 관계의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순갑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부에서는 아직 명확한 비핵화 추진 단계나 검증 방법이 없다고 지적하지만 조급하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여유를 갖고 하나하나 풀어나간다면 장기적으로 분명한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