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통신] TK 예산 패싱 공방

모현철 정치부 차장
모현철 정치부 차장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남북 모두의 상징과도 같은 백두산에 올라 두 손을 서로 맞잡은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두 정상은 전날 평양에서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판문점선언을 구체화하는 수준을 넘어 한반도 평화에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에 비핵화 의지를 육성으로 밝힌 것은 이번 공동선언의 의의를 높였다. 김 위원장이 연내에 서울을 답방하기로 한 것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중대한 결심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획기적인 돌파구 마련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지난 17일 서울에서 열렸던 대구경북 출신 여야 의원들의 '대구경북(TK) 국회의원 예산협의회'가 생각났다. 이날 협의회는 정부 심의 과정에서 대폭 깎이거나 전혀 반영되지 못한 지역 현안 사업에 대한 국비 지원 예산을 부활하고 확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TK 출신 지역구 의원뿐만 아니라 대구경북이 고향인 의원들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인 점은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여야 의원 사이에서 '예산 패싱' 논란이 일어나면서 신경전이 벌어져 씁쓸한 느낌을 받았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은 'TK 예산 홀대'를 주장했지만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은 예산 배정에서 TK 홀대가 없다고 반격했다. 예산 확보를 위한 합심의 자리가 아니라 여야 입장만 대변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예산 홀대론의 진위에 대한 사실 확인은 필요하지만 당장 명백하게 잘못 삭감된 국비 예산 항목을 살리는 일이 급선무이다.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TK 예산 확보에 여야를 떠나 국회의원 간 초당적인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남북한 두 정상은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로 평화를 위해 모든 걸 내려놓고 만났는데, TK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은 서로 입장 차만 확인해서야 되겠는가. 여야 국회의원들이 서로 네 탓만 해서는 TK 발전은 요원하다. 오로지 대구경북 발전이라는 공통 과제를 위해 모든 걸 내려놓고 초당적으로 화합하기를 대구경북민들은 바라고 있다. 남북 정상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두 손을 맞잡았듯이, TK 의원들도 여야를 떠나 패싱된 국비 예산을 살리기 위해 서로 손을 잡고 협력하기를 바란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