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사흘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어제 오후 귀국했다. 문 대통령은 방북 기간 중 북한 김정은과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갖고 비핵화 등 남북 간 현안을 논의했지만, 결과물은 기대에 못 미쳤다. 이번 회담은 가장 핵심적이고 시급한 현안인 북한 비핵화 진전에서는 지난 4월 판문점 정상회담의 답보에 머무른 반면 남북 경제 협력에서는 ‘과속’했다고 정리할 수 있다.
비핵화 문제에서 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과 발사대의 폐기,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로 한 영변 핵시설의 폐기를 약속받는데 그쳤다. 비핵화의 본질인 핵탄두, 핵물질, 핵 시설의 신고·검증 등에서 진전은 없었다. 북핵이란 현상은 그대로인 것이다.
게다가 북한은 이미 은닉하기 쉬운 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어서 플루토늄 재처리를 하는 영변 핵시설은 없어도 상관없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도 그렇다. 북한은 이미 이동식 발사대로 무장하고 있다. 김정은은 버려도 될 카드를 인심 쓰듯 내민 것이다.
경협 합의는 어지러울 정도의 속도전이었다. ‘남북관계 개선이 비핵화의 견인차’라는 문재인 정부의 전도(顚倒)된 판단이 그대로 투영됐다. 문제는 올해 안에 착공하기로 한 동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 공사, 개성공단·금강산관광사업 우선 정상화 등 합의된 사업 모두 대북 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번 회담 전부터 제기됐던 것이다. 결국 경협 합의는 문재인 정부가 대북 제재를 앞장서 위반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은 지상·해상·공중에서 일체의 군사적 적대 행위를 금지하는 군사적 긴장 완화에 합의했다. 긍정적 평가가 나오지만, 북핵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이는 별로 의미가 없다. 핵은 핵으로만 대적할 수 있는 비대칭 무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도 이번 회담은 본질은 건드리지 못하고 변죽만 울렸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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