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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일상에서 흔히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과 이야기를 밑그림으로 하여, 또 다른 일상을 덧칠해 한편의 이야기를 꾸민다. 여자들의 수다를 생생하게 옮기면서, 또 하나의 다른 이야기를 덧칠함으로써 밑그림이 되는 수다가 '그저 수다'가 아님을, '수다야 말로 우리 삶의 집적(集積)임'을 보여주는 셈이다.
작품 '사소한 슬픔'은 오래 전 소식이 끊어졌다가 나이 들어 연락이 닿은 친구와 나의 이야기다. 친구는 공부를 잘했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시로 나가 방직공장엘 다녔다. 들꽃을 유난히 좋아했던 아이, 학창시절 교탁 위 도자기 화병에 늘 제철 꽃을 꽂아 두던 아이, 고무신 신고 재잘거리며 산길을 함께 걷던 아이였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그 친구와 나는 가끔 통화를 한다.
친구는 내게(지은이) 전화를 걸어놓고는 "그냥…" 이라고 말한다. 혹 어려운 부탁이라도 있나 싶어 이것저것 건드려보지만 별 말이 없다. 나도 가끔 그녀에게 전화를 낸다. 친구가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 나 역시 "그냥…"이라고 답한다. 우리는 '그냥…' 딱히 할 말이 없으면서 전화를 낸다.
현대인들에게는 사업상 통화처럼 목적이 분명한 통화가 많다. 늘 바쁘게, 충실하게 살아야 그나마 그럭저럭 살아낼 수 있으니까. 그러니 특별한 이유 없이, 목적한 바 없이 '그냥' 전화를 주고받고 싶은 친구가 있다는 것은 축복일 것이다. 그저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좋은 친구가 있다면 행복한 거다.
책은 총 4부, 40편의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1부 동행, 2부 달이 웃다, 3부 그 골목, 4부 호미질 소리 등이다. 김귀선 수필가는 계간 '문장'과 '창작 에세이'에 평론으로 등단했다.
208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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