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짓수는 상대를 바닥으로 유도해 점유, 압박, 조르기, 누르기, 꺾기, 비틀기, 뒤집기 등의 다양한 기술로 제압하는 무술이다. 격투기 선수들의 전유물로 알려져 젊은 남자들의 무술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요즘은 호신술 및 다이어트 효과까지 알려지면서 주짓수를 배우려는 여성도 늘고 있다. 체구가 작거나 힘이 약한 여성들의 호신술로 최고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힘과 체중을 역으로 이용해 기술을 사용하는 주짓수를 즐기는 이들을 만나봤다.
◆다이어트와 호신술 겸한 운동
대구시 북구 복현동에 있는 한 종합격투기장. 남녀가 바닥에 누운 채 양팔과 다리를 감고 엉겨 붙어 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왜소한 여자의 기술에 건장한 남자가 맥없이 넘어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킹덤복현 서보국 관장은 "주짓수는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면 센 상대도 이길 수 있는 스포츠다. 또한, 지렛대 원리와 신체의 구조를 이용해 작은 사람이 큰 사람을,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상대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호신술로 적합하다. 그래서 여성이나 학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고 했다.
주짓수의 수업은 스트레칭 동작을 통한 워밍업, 기술 익히기, 대련 순으로 진행된다. 워밍업은 근육의 경직을 풀고 유연성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 기술 수업은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사범의 시범 동작을 따라하며 연습한다. 이어진 대련은 두 사람이 공격과 방어의 기술을 연습해 보는 시간으로 상대를 누르고 조르면서 기술의 완성도를 높인다. 서 관장은 회원들이 주짓수를 배우는 목적은 다르지만, 각자 느끼는 만족은 크다고 했다. "체력이 좋아지고 다이어트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회원들끼리 몸을 맞대고 운동을 하다 보면 친구처럼 끈끈한 친밀감이 생긴다. 몸이 튼튼해지니 자신감도 생기고, 회원들끼리의 강한 유대감으로 즐겁게 운동하니 스트레스 해소에도 그만"이라고 했다.
서 관장은 주짓수가 부상의 위험이 높다고 생각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파운딩은 가르치지 않는다. 서브미션(조르기, 꺾기) 기술도 충격을 주기 이전 단계에서 항상 멈추게 한다. 실제 경기에서도 선수보호를 위해 '탭 아웃'(기권)이 있고, 엄격한 '레프리 스톱'(심판에 의한 경기중지)이 있어 다른 경기보다 부상이 덜하다"고 했다.
◆체력 단련·스트레스 해소 그만
김영호(33·자영업) 씨는 헬스를 하다가 1년 전 친구의 소개로 주짓수를 알게 됐다. 주짓수는 지루한 헬스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상대방과 몸을 부딪치면서 하니 지루하지 않고 재미가 있었다. "헬스는 남에게 보여주기식 몸을 만드는데 비해 주짓수는 실질적인 운동"이라며 " 기술도 무궁무진해 하나하나 배워가는 재미도 있다"고 했다.
영호 씨는 주짓수는 공격을 당하고 있거나 불리한 자세에 있더라도 적절한 기술로 얼마든지 역전이 가능한 묘미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주짓수가 미력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배우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호 씨는 주짓수는 쓰지 않는 근육을 사용하면서 운동량 또한 상당하다고 했다. "일단 온몸의 근육과 신경을 다 사용하니깐 전신운동의 효과가 있고, 몸의 유연성이 길러진다. 또 운동량이 많다 보니 다이어트 효과도 있다. 격투기다 보니 호신술도 된다"며 했다.
영호 씨는 집에서 아내와 그날 배운 동작을 장난삼아 꺾기, 조르기 등을 시험해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침대 위에서 다리를 걸고 겨드랑이를 파고드는 기술 대 기술로 한판 붙는다. 아내도 재미있어 해 주짓수 배운 이후로 부부 사이는 더 좋아졌다"며 활짝 웃었다.
영호 씨는 주짓수를 수련하면 안 쓰던 근육을 골고루 쓰게 되어 근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또한, 체력이 좋아지니 두려움이 없어지고 매사에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고 했다.
영호 씨는 하루 중 체육관 가는 시간을 학수고대한다. "처음 익힌 기술을 적용해 상대방을 제압했을 때의 짜릿함을 잊을 수가 없다. 또 날마다 새로운 기술을 접하게 되니 지루함 없이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이제 주짓수가 몸에 배어 하루도 하지 않으면 몸이 찌뿌둥해진다"고 했다.
◆여성 호신술로 각광
하지만 목과 겨드랑이를 껴안고 압박하고, 배에 올라타 허벅지를 누르는 등의 동작은 남녀가 맞겨루기하기에 낯뜨겁게도 보인다.
직장인 이동은(26'여)씨는 " 그건 안 해본 사람들 생각이에요. 호신을 위해서는 실제 남성들과 대련을 꼭 해야 돼요. 몸에 경험이 쌓입니다. 덩치 큰 남자를 이기긴 어렵지만 배운 기술로 방어공간을 만들고, 상대가 힘을 못 쓰게 하면 도움이 되죠. 다른 운동에 비해 힘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 무술입니다."
동은 씨는 유도를 하다가 살도 뺄겸 주짓수를 시작했다. "너무 재미있어요. 전신운동이에요. 잘 안 쓰는 근육까지 총동원돼요."
동은 씨는 주짓수는 여성에게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커지만 호신술에 제격이라고 했다. "주짓수는 다른 무술보다 실제 위험한 상황과 가장 비슷한 상황을 연출한다"며 "실제로 힘이 약한 여성이나 체력적으로 열세인 남성이 위험한 상황에서 대처할 방법을 알려주는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동은 씨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1시간 정도 운동한다. 2시간은 거뜬히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1시간만 해도 체역이 고갈된다. 운동량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가끔 식구들이나 친구들에게 조르기, 꺾기 등 시범을 해보기도 한다. "기분 우울할 때 아무생각 없이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개운해진다. 여성들에게 권하고 싶은 운동"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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