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인사이드'는 광고용 소셜필름으로 공개돼 화제가 됐다가 이후 영화화돼 호응을 얻은 콘텐츠다. 그리고 이번에는 동명의 드라마로 다시 만들어져 안방극장을 공략한다. JTBC 월화극으로 편성돼 9월의 마지막 날 첫 방송됐으며 일단 내용 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호감도 높은 배우 서현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전략이 유효했으며, 잔잔한 감성 멜로였던 영화의 설정을 미니시리즈에 어울리게 코믹터치로 바꾼 재치도 꽤 돋보였다. 영화를 드라마로 다시 만들어 성공했던 케이스가 국내에서는 드문 상황이라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의 행보에 특히 관심이 쏠린다. 이 드라마가 성공을 거두며 선례를 남기면 향후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을 시도하는 후발 콘텐츠의 활로도 트일 것으로 보인다.

# 아이디어 하나로 미디어 변주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진 '뷰티 인사이드'의 원작은 2012년 공개된 소셜필름 '더 뷰티 인사이드'다. 도시바와 인텔의 40분 분량 합작 광고였으며, 매일 얼굴이 바뀌는 주인공 알렉스가 해당 기업 노트북에 자신의 변한 모습을 담아두는 과정을 그렸다. SNS를 통해 일반인들이 대거 참여해 자신의 영상을 보내왔으며 제작진은 실제로 이들의 영상을 소셜필름에 사용해 매일 얼굴이 바뀌는 주인공의 극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일정하지 않은 외모를 가지고 있는데도 결국엔 마음이 이어져 사랑하는 사람과 이뤄진다는 내용, 그리고 수많은 일반인 출연자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등 파격적인 소재와 참신한 내용으로 인해 공개 당시 크게 화제가 됐으며 칸 국제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를 토대로 만든 영화 '뷰티 인사이드'는 한효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21명의 남자배우를 캐스팅해 자고 일어나면 모습이 바뀌는 남자와 그를 사랑하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때로는 여자로, 때로는 노인이나 어린 아이로 변하기도 하는 남자의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주요 에피소드를 연기하는 알려진 배우만 21명이 캐스팅됐다. 그 외에도 수십 명의 연기자가 추가 투입돼 매일 달라지는 남자의 일상을 묘사했다. 이범수, 박신혜, 김상호, 천우희, 조달환, 이현우, 서강준, 이동욱, 김희원, 김주혁, 고아성 등 쟁쟁한 배우들이 한 편의 영화 안에서 같은 인물을 연기했으며 그중 박서준과 유연석, 이진욱이 상대적으로 많은 분량을 소화했다. 일본의 영화스타 우에노 주리의 등장도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주된 요소였다.
극중 멋진 외모로 변했을 때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당당해지고 그 반대의 경우에 소심한 모습을 보이는 등의 설정 때문에 개봉 당시 반응이 엇갈리기도 했다. '뷰티 인사이드'라는 제목과 달리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 영화가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분명 이 영화는 매일 모습이 바뀌는 남자를 사랑하게 된 여자의 감정에 집중하고 있으며 얼굴이 바뀌어도 내면의 미를 보고 결국 함께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목처럼 내면의 아름다움을 말하기 위해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다면 좋았겠지만, 한 편의 작품에서 내로라하는 스타들을 고루 만나고 감성적인 영상과 음악의 조화를 즐기는 재미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한 미덕을 갖추고 있다. 그렇게까지 야박하게 깎아내리면서 낮은 점수를 줄 영화는 절대 아니다. 대중의 반응은 평단에 비해 훨씬 좋은 편이었고 개봉 당시 200만 명의 관객을 모아 극장 수익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그리고 3년 뒤,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 NEW가 JTBC와 손잡고 '뷰티 인사이드'의 드라마 버전을 내놓게 됐다. 한 편의 콘텐츠가 영화와 드라마로 미디어를 변주하며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있다.
# 드라마 버전, 로맨틱 코미디로 변화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는 영화와 캐릭터 및 상황 설정이 바뀌었다. 매일 자고 일어날 때마다 모습이 바뀌는 남자가 영화의 주인공이었지만, 드라마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일주일 동안 모습이 바뀌는 여자를 극의 중심에 세웠다. 그리고 안면인식 장애가 있는 남자를 상대역으로 배치했다. 여자의 직업은 배우로 설정됐다.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톱스타인데 한 달에 한번 외모가 바뀌는 탓에 어쩔 수 없이 촬영장이나 주요 무대에서 이탈하는 등 돌출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현진이 역할을 맡았다. 1회에서는 시상식장에서 큰 상을 받게 된 여자가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외모 변화 조짐을 느끼고 갑자기 행사장을 뛰쳐나가는 장면이 묘사됐다.
이민기가 연기하는 남자 주인공은 돈 많고 능력 있는 재벌가 후계자다. 재력에 외모까지 모든 걸 다 갖췄는데 안면인식 장애가 심하다.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관계로 사람의 다른 특징들을 기억해 누군지 구분한다. 그래서 여자가 얼굴이 바뀌는데도 말투와 동작 등을 캐치해 실체를 알아낸다. 외모가 바뀌는 여자와 안면인식 장애를 가진 남자의 조합. 어찌보면 억지스럽고 장난스럽지만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와 상당히 잘 어울리는 설정이다.

드라마 버전에도 주인공의 외모가 바뀔 때마다 여러 인물들이 등장해 재미를 준다. 1회에서는 배우 김성령과 손숙, 그리고 김준현 등이 여주인공의 바뀐 모습을 연기했다.
주연배우 서현진은 특유의 통통 튀는 매력으로 시청자들에 어필한다. '식샤를 합시다2' '또 오해영' 등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특히 돋보였던 경쾌한 모습이다. 오버 액션을 하는데도 거부감을 주지 않고 상황에 따라 자주 변하는 감정을 충실히 표현하며 시청자로 하여금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든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란 '뷰티 인사이드'처럼 같은 소재나 하나의 이야기를 영화와 드라마 등 플랫폼을 변주하며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내는 방식을 뜻한다. 마블사의 콘텐트 제작 방식이 대표적인 예다.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 등 코믹스에서 출발한 슈퍼히어로 캐릭터와 이야기를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내고, 또 여러 캐릭터들을 한데 모으거나 개별 캐릭터 중심의 새로운 이야기를 펼치며 탄탄한 팬층을 기반으로 사업을 벌이는 식이다.

국내에도 웹툰 계에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을 시도하고 있는 케이스가 있다. 네이버에 연재되고 있는 '부활남' '심연의 하늘' '신석기녀' '캉타우' 등의 웹툰이 극중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으며 향후 영화 등 영상 콘텐트로 재가공할 계획까지 세워놓은 상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 방식으로 성공을 거둔 예가 드문 게 사실이다. 성공한 드라마가 영화화되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나오기도 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인기웹툰 '치즈 인 더 트랩'도 드라마로 만들어져 성공을 거뒀지만 영화로 재가공 된 뒤에는 혹평을 들으며 흥행에 참패했다. 콘텐츠의 기존 팬층이 탄탄하다고 하더라도 완성도 떨어지는 졸속 콘텐츠까지 어드밴티지를 거저 누릴 순 없는 노릇이다. 앞서 드라마 '다모'도 영화화 얘기가 나오다 최종 무산됐으며, 인기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도 영화 버전은 흥행 면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완성도만으로 봤을 때 꽤 수작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드라마로 보던 내용을 굳이 극장까지 가서 다시 보는 관객이 많지 않았다.
시대가 변해 게임과 웹툰과 소설이 드라마와 영화로 변주되고 대중도 이 상황에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물론, 완성도가 받쳐줬을 때에만 성공이 따라온다. '치즈 인 더 트랩' 영화판처럼 형편없는 결과물로 팬들을 실망시키지만 않는다면, '올드미스 다이어리' 영화판 정도로 완성도를 끌어올린다면 이젠 하나의 콘텐트로 다양한 플랫폼을 변주하며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 출발선에 '뷰티 인사이드'가 있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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