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제 성장 없이 대출 규제만으로 가계부채 위기 풀 수 없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여전히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규제 강화나 기준금리 인상에도 가계 빚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경기 침체에 따른 소득 감소 등과 구조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대출 죄기 일변도의 가계부채 대책에서 벗어나 경기 활성화와 소득 증대 등 보다 복합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국제결제은행(BIS)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가계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95.2%로 1년 전과 비교해 2.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전체 가계 빚이 우리 경제 규모 수준으로 커졌음을 뜻한다. 게다가 부채 증가 속도는 BIS가 집계한 43개 주요국 가운데 중국(3.7%포인트), 홍콩(3.5%포인트)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주목할 것은 가계부채와 가처분소득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가구당 가계부채 규모가 처분 가능한 소득의 약 1.6배로 나타났다.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아 갈수록 부채가 늘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구조조정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실직, 자영업 운영난, 치솟는 집값 때문에 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 전세대출이 꾸준하게 느는 게 가계부채 위기의 주된 배경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금융권의 대출 규제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지난해 6·19 대책, 8·2 대책 등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조치를 잇따라 내놓으며 대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이런 조치로 1년 새 부채 상승 폭이 낮아지는 등 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누르기에는 역부족이다.

성장이 갈수록 무뎌지고 일자리난과 소득 감소세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대출 규제의 벽만 높인다고 될 문제는 아니다. 경제를 되살리고 가계소득을 키워 균형을 맞춰나가야 한다. 정부는 가계부채가 금융 위기의 도화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 지금부터라도 보다 폭넓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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