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대차 3분기 어닝쇼크, 지역 車 부품업계 '위기'

1차 협력업체 수출 부진·연구개발비 부담 호소
영세 2·3차 협력업체는 수주경쟁·인력난 심화 우려

현대자동차의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76%나 감소한 2천889억원으로
현대자동차의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76%나 감소한 2천889억원으로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이는 2010년 새로운 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이후 분기 기준으로 최저의 영업이익이다. 사진은 25일 오후 서울시내 현대자동차 전시장. 연합뉴스

대구성서산업단지에 있는 직원 20명, 연매출액 20억원 규모의 금속가공업체 A사는 현대차 3차 협력업체다. 산단 내 2차 협력업체와 납품 계약을 맺고 열처리 부품을 공급하는 A사는 올해 2%대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영업이익률은 1, 2%대에 그칠 만큼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아예 매출액이 뒷걸음질 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A사 대표는 "올해 초부터 직원 일부를 정리하고 상여금도 줄이는 등 비상경영을 해왔지만 적자를 막지 못했다"며 "내년 최저임금 인상까지 고려하면 적자가 올해로 끝나지 않을 것이 뻔하다. 폐업의 기로에 서있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이 전례 없는 어려움을 맞고 있다. 현대차가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하는 등 완성차 업체에서 시작된 실적 감소는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에도 그대로 전가되고 있다.

동북지방통계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대구경북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대구 지역 광공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9.8%, 14.8% 감소했다. 자동차 부품 업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전국 감소폭(-8.4%)과 비교해 타격이 컸다.

◆지역 대표기업조차… 1차 협력업체 수출 부진·연구개발비 부담 호소

에스엘, 삼보모터스, 경창산업 등 지역을 대표하는 '맏형' 격의 기업조차 최근 자동차 업종 부진과 증시 폭락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직접 거래하는 완성차 업체가 수출·내수 양면에서 동시에 매출 부진을 겪으며 주문 물량 자체도 크게 줄어든데다 최근 미중 무역갈등과 환율 등 영향으로 수출 여건도 좋지 않아 돌파구를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역 자동차 부품 1차 협력업체 B사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가 주 고객인데 현대·기아차도 실적이 크게 나빠졌고 한국GM의 경우 불확실성이 크다. 내년에는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미중 무역갈등이 심해져 해외 거점에서 직접 제품을 생산하려 해도 쉽지 않다. 현지 생산을 위해서는 한국에서 부품을 들여와야 하는데 미국의 경우 일정 비율 이상은 수입이 금지돼 있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 납품을 이어가기 위해 자체적으로 해야 하는 연구개발 비용도 문제다. 완성차 업체에서 새로운 차종을 출시하면 협력업체에서도 해당 차종에 맞는 새 부품을 개발해야 하는데 비용부담이 적잖다는 것이다. 완성차 업체에서 연구개발비를 지원하지만 일시불로 지급하는 것은 해당 차종의 판매량이 일정 수준을 넘길 경우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한 경우에 한해서다. 대부분 5년 정도의 장기간에 걸쳐 나눠받는 경우가 많고 이마저도 이자가 붙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B사 관계자는 "연구개발비를 오랜 기간 동안 분할해 지급하는 것은 해외에는 없는 개념이다. 자동차 산업구조가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바뀐 상황에서 판매량을 기준으로 지급 방식을 결정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며 "많게는 100억원이 넘는 연구개발비를 우선 스스로 충당해야 하는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영세 2·3차 협력업체는 수주경쟁·인력난 심화 우려

지역을 대표하는 자동차 1차 협력업체조차 상당수가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초 체력이 부족한 2·3차 협력업체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욱 크다. 영세업체들은 일감은 줄었는데 올해 들어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건비만 치솟아 회사 유지 자체도 위태로운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북 경산시에 있는 자동차부품업체 C사는 제품을 대구 성서산단 등 지역 내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에 이어 주요 협력업체 매출이 줄며 수주물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20% 가까이 줄었다. 업체 수는 그대로인데 일감만 줄어든 상황이다.

결국 C사는 치열한 수주 경쟁을 감수한 끝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데 성공했다. 지난해와 같은 물량을 납품하기로 한 대신 받는 금액도 동결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C사 관계자는 "보통 계약할 때 마진율이 20%는 돼야 하는데 지금은 다들 10% 수준에 도장을 찍고 있다. 계약을 못따내면 공장을 세울 수밖에 없어 어쩔 수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오르는 등 전반적인 물가인상까지 고려하면 영세 협력업체들은 비현실적인 금액에 울며 겨자먹기로 수주 계약을 맺고 있다. 사실상 적자를 감수하며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종 경기가 전반적으로 나빠지면서 인력난도 심화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제조업 특성상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아 중소기업임을 감안하고라도 지역 업체를 찾는 청년들이 많았지만 이마저도 올해 들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야 구하려면 구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집값과 밥값도 지원해줘야 해 내국인 근로자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시 좋은 날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버티기엔 악재 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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