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선생님 전화가 왔다. '김정○ 어머니세요?' '뭐라고요? 김장했어요.' 내 이름을 묻는 말에 김장했다고 대답했네. 3호선을 타러 올라가는데 '급정거 시 위험하니 손잡이를 잡아주세요' 하는 방송에 '급정거 시'가 '김정○ 씨'인 줄 알고 깜짝 놀라 돌아봤네. '김장'도 '급정거'도 아닌 내 이름은 김정○."
대구 수성구청이 달마다 펴내는 소식지 '명품 수성'의 11월 호에 소개된 김 할머니의 글이다. 뒤늦게 배운 글을 바탕으로 지난 10월 9일 열린 '한글사랑 성인문해 한마당'에서 최우수작으로 뽑힌 작품이다. 개성이 듬뿍 담긴 글씨체에다 또박또박 바르게 쓴 글은 읽을수록 가슴에 와닿는다.
사람은 나이 먹음으로써 청력도 떨어지는, 어쩔 수 없는 신체의 이 두 현상의 동행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세월도 나이도 막을 수 없다. 신체 역시 나이로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다. 제대로 듣지 못해 겪는 실수도 피할 수 없다. 결코 나무랄 일도, 흠도 아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런 사례와는 사뭇 다른 일들이 버젓하다. 국민의 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고 그 소리를 멋대로 해석해 엉뚱한 짓을 저지르는 청력 상실의 시절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논란이 된 경제정책에 대한 청와대 결정이나 사립유치원 비리 이후 유치원 진영의 대응이 그렇다.
청와대는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듣고 싶은 소리만 지금까지 고르는 듯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뒤늦게 9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함께 바꾸기로 한 결정은 국민의 소리를 듣는 청력이 그나마 일부 남은 결과이겠지만 앞으로도 그럴지는 두고 볼 일이다.
비리가 드러난 사립유치원들의 폐원 대응은 제대로 된 유치원 운영을 바라는 정부나 국민의 소리를 듣지 못한 탓이다. 이들은 나이와 상관 없이 청력을 잃은 사람들임이 분명하다. 나랏돈 지원받아 비리없이 제대로 잘 운영되는 유치원, 왜 안 된다는 것일까. 그들에게 듣기 시험이라도 치를 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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