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사람이 보인다

송도영 대구파티마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과장

송도영 대구파티마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과장
송도영 대구파티마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과장

딸아이가 어릴 적 이야기이다, 의학드라마를 보고 "아빠도 의사에요?" "그래" 하는 답변에 흡족한 표정을 지었던 것 같았다.

좀 더 나이 들었을 때이다, 외과의사가 등장하는 드라마를 보면서 "아빠도 병원에서 저런 일을 해요?" "아니". "그러면 무슨 일을 하는데요?"

'인체로부터 채취되는 각종 검체로 어떤 물질을 검사함으로써 질병의 선별 및 조기발견, 진단 및 경과 관찰, 치료 및 예후 판정에 기여하고 질별의 기전 및 병인론을 연구하는 학문이며, 검사를 처방하는 의사들의 자문에 응하여 유효한 성과를 얻게 하는 전문 진료과목이다.' 라는 외우기도 힘든 역할을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환자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라'고 귀가 닳도록 들었기에, 고민 끝에 "아빠는 병원에서 환자가 아픈 곳을 알기 위해 소변하고 대변으로 검사하는 일을 해"라고 했고, 딸아이는 적이 실망하는 눈초리였던 것이 생생하다.

얼마 전, 딸과 학부에서 미생물을 전공하고 대학원을 준비하는 딸의 친구와 식사를 같이 하였다. 의사인 것을 알고, "무슨 과에서 근무하시는데요" 하는 전공 질문이 나왔다. 이번에는 힘들이지 않고, "병원균을 동정하고, 적절한 항생제를 찾아내고, 최근에는 연구실에나 있을 법한 'MALDITOF'를 어떻게 검사실에서 활용할까 고민하고 있단다." 진지한 폭풍대화를 지켜보던 딸이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된 후, 의사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생업에 종사한다. 대학에 남아 해부학이나 생리학 등의 기초의학연구를 계속하거나, 아니면 내과나 외과 분야의 임상의가 된다. 그리고 일부는 필자처럼 병원에서 임상의의 진료를 지원하는 병리과, 진단검사의학과, 영상의학과 등의 전문의가 되어 봉직한다. 진단검사의학과는 하루가 멀다하고 소개되는 신기술을 활용하여, 몸의 상태에 따라 변하는 현상을 잡아내고, 이들 결과와 질병의 관련성을 찾아내는 일을 하고 있다.

스포츠 가운데 축구를 특히 좋아한다. 화려한 공격수보다, 중원에서 몸싸움을 하며 빼앗은 공을 공격수에게 전달하는 미드필더가 눈에 더 들어온다. 병원에서 하는 일이 의사를 위한 의사라는 역할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화려함은 그 이면에 보이지 않는 다수가 빙산처럼 받쳐주기에 가능하다. 구성원이 서로를 인정하고 고마움을 느낄 때 건강한 조직이 되고, 본연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속도를 멈추면 사람이 보인다.'라는 글이 운전하다 보면 눈에 뛴다. '자세히 보면 사람과 조직이 보인다.'로 바꿔 사회를 본다.

송도영 대구파티마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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