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미분화성백혈병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장하민(가명·36) 씨는 2시간 전 받은 골수검사 탓에 침상에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지친 표정으로 창밖을 멍하니 응시하는 장 씨의 베개와 침상에는 항암치료의 여파로 머리카락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다.
◆치료 까다로운 병종, 치료 장기화 전망
장 씨는 지난달 17일 찾은 병원에서 백혈병 중에서도 드물고 치료가 까다로운 '급성미분화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한 동안 식욕이 도통 없고 안색이 좋지 않던 장 씨를 걱정하던 어머니 신귀자(가명·68) 씨가 늦게나마 아들의 건강 이상을 의심해 병원에 보내면서 백혈병임을 알게 됐다.
문제는 장 씨의 치료는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라는 것. 한 달 간의 1차 항암치료를 최근 마쳤지만 항암효과는 전혀 보지 못했다. 1차 항암이 완전히 실패한 상황에 추후 다른 항암제가 단번에 효과를 볼 가능성도 낮은 탓에 주치의는 3차 이후까지의 항암치료를 확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후에도 적합한 항암제를 찾지 못한다면 골수이식 수술도 시도해봐야 한다.
항암치료로 면역력이 떨어진 장 씨는 무균실에서 홀로 치료를 받는 대신 1인실에서 간병인과 함께 투병 중이다. 정신지체장애 2급으로 스스로 어디가 아프거나 불편한 지 표현을 거의 못하는 장 씨를 홀로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백혈병 진단을 받기 직전까지도 정작 스스로 몸이 불편하다는 말 한 마디 없었을 정도다.
신 씨는 "아들이 병원에 가기 직전까지 밥도 하고 청소도 하며 나를 돌봤다. 아들이 아픈데도 몰라주고 있었다니 가슴이 아파 죽을 지경"이라며 가슴을 쳤다. 장 씨는 비록 미취학 아동 수준의 지능을 가졌지만 착하고 효심이 깊었다. 신 씨는 "아들이나 나나 서로에게 보호자 역할이었다. 아들은 지금도 병원에서 수시로 엄마 안부를 물을 정도"라며 눈물을 훔쳤다.
◆관절염에 심장질환 앓는 어머니, 간병비 마련 막막
아픈 아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는 신 씨지만 아들을 간병하긴커녕 면회를 가기도 버거운 형편이다. 심한 퇴행성관절염 탓에 집에서도 거의 거동을 못한다. 움직일 때 마다 삐걱거리고 조금만 무리를 하면 물이 차오르는 무릎 관절은 잘 때도 편치 않아 끙끙 앓는다.
신 씨는 또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심낭에 주기적으로 물이 차오르는 심낭삼출증으로 매달 병원을 찾아 약을 타고 초음파 등 검사결과에 따라 물을 빼는 시술을 받기도 한다.
그 동안 신 씨의 거동을 돕던 아들의 빈 자리는 중학교 2학년인 손녀가 채우고 있다. 10여년 전 장 씨의 누나가 낳자 마자 맡긴 아이다. 그 후로 연락이 끊긴 딸은 현재 주민등록이 말소돼 생사조차 알 수 없다. 가끔씩 받자마자 끊어버리는 전화가 올 때면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드는 정도다.
그나마 아들이 백혈병으로 입원하면서부터 요즘 울리는 전화벨 소리는 신 씨의 신경을 곤두서게 할 뿐이다. 신 씨는 "전화가 올 때마다 혹여 나쁜 소식은 아닐지 가슴이 덜컬덜컥 내려앉아 쉽게 진정이 안된다"고 했다.
장 씨는 의료급여대상자로 당장 치료비 부담은 크지 않지만 매일 9만원이 드는 간병비가 문제다. 보통 백혈병 환자들은 1주일 정도 입원해 항암제를 맞고 퇴원해 집에서 한달 정도 체력을 회복하기를 반복하지만, 장 씨는 체력이 약하고 집에서 돌봐줄 사람도 마땅찮아 입원을 유지해야 한다. 입원이 4개월 이상 장기화 될 것으로 보여 간병비만 1천만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기초생활수급비와 장 씨의 장애인연금 등을 합쳐 매달 150만원으로 생계를 꾸리는 입장에서 막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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