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종건의 엄지장갑 이야기/원종건 지음/북레시피 펴냄

2005년 한 TV 프로그램에서 시각장애인 어머니가 각막이식 수술을 받으며
2005년 한 TV 프로그램에서 시각장애인 어머니가 각막이식 수술을 받으며 '효자 종건'이로 유명해진 원종건 씨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담은 '원종건의 엄지장갑 이야기'를 펴냈다. 북레시피 제공

무지개는 몇가지 색으로 이뤄져있을까? 우리는 통상 7개 색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일부 문화권에서는 30가지 색깔로 무지개를 표현하고 이해한다. 이처럼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과 행동이 평소 쓰는 언어의 문법 체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바로 '사피어-워프 가설'이다.

손가락 부위가 나뉘어져 있지 않은 장갑을 부르는 '벙어리 장갑'이라는 말에는 장애인 비하의 의미가 포함돼있다. 이런 단어가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 '엄지 장갑'으로 부르자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최근에는 고쳐 부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원종건의 엄지장갑 이야기'는 지은이 원종건의 '엄지장갑 프로젝트'를 비롯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혹독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긍정적 에너지를 가질 수 있었던 뒷 이야기를 전한다.

◆현명한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감사와 겸손

지은이는 2005년 시각장애인 어머니와 단둘이 살며 어머니의 눈이 되주는 '효자 종건'이로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그의 어린 시절은 가난과 아픔의 연속이었다. 엄마는 고등학생 때 청력을 잃었다. 아빠와 결혼할 때만 해도 눈은 이상이 없었다. 외환위기는 가족을 뿔뿔이 흩어놨다. 아빠는 술로 하루하루를 버티다 돌아가셨다. 두살 아래 여동생은 스웨덴으로 입양됐다. 단둘이 남은 모자는 노숙생활을 했고, 스트레스와 영양실조로 어머니는 시력마저 잃어버렸다.

주위의 도움으로 공장에 취직해 모자는 미혼여성들이 모여 사는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 있었다. 어린 아들을 데리고 주변의 눈치를 보며 지내야 했지만, 어머니는 청소를 도맡아 하고 모두 잠든 사이에 아들을 씻기면서 한숨 한번 쉬지 않았다.

지은이는 '엄마는 현명하다'는 글로 책의 첫장을 시작하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감사'와 '겸손'을 알려준 어머니를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엄마가 속옷공장 기숙사에서 눈치보며 새벽 2시에 나에게 비눗물을 묻혔을 때에도 감사는 존재했다. "우리가 목욕탕을 다 빌렸다, 그치?" 그랬던 것처럼."

MBC '느낌표!'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시력을 되찾은 어머니가 아들에게 뱉은 첫마디는 "우리도 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자"였다. 아들은 장기기증 서약으로 어머니의 가르침을 실천했고, 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

◆엄지장갑 캠페인과 현재 진행 중인 더 좋은 일

엄지장갑 프로젝트의 출발은 대학시절부터다. 헬렌 켈러 옆에서 48년간 눈과 귀가 되어준 설리번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거리를 잇는 커뮤니케이터가 되자는 뜻에서 '설리번'이라는 팀을 만들고, 벙어리장갑을 엄지장갑으로 바꿔 부르자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엄지장갑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300만원 모금을 목표로 시작한 스토리 펀딩은 목표금액의 800%이상을 달생해 2천500만원이 넘게 모였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몰랐던 장애인에 대한 무의식적 차별에 대한 반성이자,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뜻이었다.

""손가락이 우리가 사는 사회라고 한번 생각해보자. 작고 뚱뚱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홀쭉이같이 마른 사람들도 있지. 똑같은 손가락이 없듯이 우리는 하나의 사회(손바닥)에 사는 개인(손가락)이라는 거야. 그런데 이 장갑을 봐. 엄지손가락만 따로 떨어져 있잖아. 나머지 손가락들은 모두 함께 있는데.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 거라고! 그래서 다수가 아닌 따로 떨어져 있는 소수, 그러니까 엄지를 위한 장갑을 만드는 거야. 그래서 이름은 '엄지장갑!' 어때?" 그렇게 엄지장갑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지난해 사회 초년생이 된 지은이는 한 기업에서 사회공헌 업무를 맡고 있다. 소방공무원 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더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일일이 현장을 찾아가고 소방관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과 시스템을 발굴한다. 지역마다 소방관이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청각언어 장애인들에게 수화통역사를 모바일로 연결시켜주는 '이어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어 프로젝트는 귀의 영어 발음인 '이어'(ear),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는 뜻을 동시에 담은 프로젝트명이다.

서민석 이베이코리아 부사장은 "이 책에는 스무해 조금더 살아온 젊은이의 '세상을 위해 더 좋은 일을 하기 위한' 고민과 걱정 그리고 웃음이 있다. 그 젊은이 이름이 종건이다. 종건(鐘建)은 '세상의 시작을 알리느 큰 종을 세우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부디 이 책이 그 종소리의 시작이길 빈다"며 책을 추천했다. 244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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