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동안 한글 교육 서당 운영
다문화 이해 어린이 마당 열어
"대구와 인연 센터에도 큰 도움"
"한국인으로서 우리의 뿌리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해 누구의 지원 없이 21년간 어렵게 운영해 왔는데, 올해는 대구에서 공연팀까지 와줘 풍성한 행사가 됐습니다."
9일 고베 나가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재일교포 어린이들과 학부모, 그리고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일본 학생들과 교사 등 600여 명이 참여한 '제21회 어린이 마당'이 열렸다.
어린 학생들은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한 해 동안 연습한 노래 '고향의 봄'을 부르고 부채춤, 장구놀이 등을 선보였다. 재외동포 학부모 및 일본인 50여 명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이날 행사를 준비하고 600여 명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준비했다. 어린이 마당은 일본에서 열리는 다문화 행사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 행사를 기획한 사람은 고베코리아교육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신용(66·고베 나가타구) 대표. 재일교포인 그는 누구보다 일본 땅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설움을 많이 겪은 인물이다. 1971년 리츠메이칸 법대에 들어갔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변호사가 되지 못하고 일반 기업체를 전전하다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한국인에 대한 정체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1994년이다. 그의 자녀들이 여러 가지 핍박을 당하는 것을 보며 누군가는 한국의 정신과 뿌리에 대해 알리는 책무를 맡아야 한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1995년 한글 교육을 하는 '어린이 서당'을 열었고, 성과 발표회 격인 '어린이 마당'을 개최하기 시작했다.

고베에는 재일동포가 많다. 나가타구에만 인구 10만 명 중 1만 명이 한국 국적 소유자 및 귀화한 한국인일 정도다. 김 대표는 "재일동포가 일본에 정착한 지 100년을 넘어서면서 그 후손인 4, 5세의 경우 한국인이라는 의식마저 희미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공유할 수 있는 구심점을 만들고, 일본인들에도 한국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고 했다.
올해는 대구와의 교류가 급진전되면서 행사가 훨씬 뜻깊어졌다. 대구의 사회적기업인 '공감씨즈'와 함께 대구와 고베에 각각 교류센터를 마련한 데다 '꿈꾸는 씨어터'에서는 모듬북과 사물놀이 등 전통공연팀이 함께 행사에 참가했다. 김 대표는 "생각지도 못했던 대구와의 인연이 센터를 꾸려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앞으로도 동포들이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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