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보수공사 시급한 동대구시장, 예산 8억원 받고도 못 쓰는 이유는?

연립주택에는 시장 현대화 예산 못 쓰고, 다수가 기초생활수급자 "비용부담 어려워"

16일 재난위험시설(D등급)로 지정된 동대구시장 건물 2층 연립주택 통로 곳곳이 갈라지고 철근이 노출돼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16일 재난위험시설(D등급)로 지정된 동대구시장 건물 2층 연립주택 통로 곳곳이 갈라지고 철근이 노출돼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16일 오후 대구 북구 대현동 동대구시장. 거미줄 같은 전선이 노출된 1층 상가의 천장에는 곳곳에 빗물자국과 함께 부식된 콘크리트가 드러나 있었다. 연립주택인 2층의 상태는 더욱 심각했다. 천장에는 벌겋게 녹슨 철근이 그대로 보였고, 군데군데 설치된 철제 기둥과 나무판자는 깊은 균열이 생긴 보를 간신히 받치고 있었다. 복도에는 이 건물이 재난위험시설 'D급'임을 알리는 북구청의 안내표지와 함께 주의문구가 붙어 있었다.

주민 이상연(55) 씨는 "지난 경주 지진 때 우리 건물만 창문이 깨지는 피해를 입었을 정도로 불안정하다. 이웃집 중에는 비가 심하게 새는 곳도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 강남구 대종빌딩이 붕괴 위험으로 지난 13일 폐쇄된 가운데 지역에서는 동대구시장 건물을 놓고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구시 재난위험시설(D급) 5곳 가운데 4곳은 전통시장이어서 '전통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으로 보수할 수 있지만, 상가와 연립주택이 함께 있는 동대구시장은 예산 집행이 어려운 탓이다.

지난 1969년 10월에 지어진 동대구시장 건물은 연면적 5천493㎡로 1층에는 상가, 2층에는 43가구의 연립주택이 들어서 있다.

북구청은 2017년 동대구시장을 전통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에 지원해 3억원의 예산을 확보했고, 올해도 추가로 5억5천만원을 받았지만 2층 연립주택에는 예산을 쓸 수 없다는 정부 해석에 따라 사업이 중단됐다.

북구청 관계자는 "1층만 주요 기둥과 보를 보강하고 낡은 전선을 정비하는 공사를 추진했지만, 최근 인근의 다른 건물 공사를 하던 중에 시장건물 옥상의 난간이 기울어졌다. 이후 2층이 보수보강 공사를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구조안전기술사의 의견에 따라 사업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연립주택 주민들이 비용을 부담해 상가와 동시에 공사를 해야 하지만 주민들 대다수가 고령층에 기초생활수급자인 것이 문제다.

반장 제인수(80) 씨는 "빈 집 10가구를 제외한 33가구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가 15가구다. 이들 대부분이 80, 90대 고령층으로 수도요금도 부담스러워하는 수준이어서 공사비 부담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이미 확보한 예산은 사용이 어려워 다른 시장에 예산을 전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대구시장은 재건축이 필요한 수준이어서 일부 개보수를 전제로 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추진도 어렵다"며 "다른 해결책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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