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문화재단이 최근 갖은 내홍에 휩싸이며 파행 운영을 거듭하고 있다. 관할 기관인 동구청의 어설픈 행정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상임이사가 6개월째 공석이지만 채용공고조차 내지 않는 등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데다, 노사 협상까지 결렬되면서 파업 위기에까지 몰리고 있다. 더구나 민선 7기 출범 후 수익성 위주로 운영 방침을 바꾸면서 순수예술 발전은 외면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 길어지는 수장 공백사태… 곳곳서 업무 차질
동구문화재단 상임이사직은 지난 7월 문무학 전 상임이사가 사퇴한 뒤 6개월째 공석이다. 문 전 상임이사는 배기철 동구청장 취임 이후 "제작비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1년 이상 준비하던 공연이 취소되는 등 재단 운영 전반에서 갈등을 빚자 사표를 냈다. 이후 적임자를 찾지 못해 동구청 행정자치국장이 상임이사직을 대행하며 밀린 업무를 처리하는 실정이다.
아양아트센터의 공연업무를 총괄하는 문화기획팀장(4급 계약직) 자리도 지난 7월 계약이 만료된 후 후임자를 찾지 못했다. 아양아트센터 관장은 2015년 1월 이후 4년 가까이 빈 상태로 동구청 5급 공무원이 대행하고 있다. 모두 문화재단의 핵심 사업인 공연기획을 책임지는 직책들이다.
그러나 관할 기관인 동구청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동구문화재단 노조 한 관계자는 "책임자들이 전부 공석인데다 '순수예술공연은 되도록 하지 말라'는 구청장 지침까지 있어 기획공연 업무가 사실상 마비된 상태"라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 동구청 관계자는 "상임이사는 적임자를 찾는 데 시간이 걸렸고, 지금 취임해도 전임자 임기 만료일인 내년 7월까지만 계약해야 하는 제한이 있다"며 "임기만료일이 6개월 미만이면 신규계약이 가능해 그때 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 노사관계 악화에 수익 추구 논란도
동구청이 손을 놓고있는 동안 내부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동구문화재단 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이어온 임금 및 단체협상이 8차례에 걸친 교섭 끝에 지난달 말 최종 결렬됐다. 호봉제를 총액연봉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인상률을 둘러싸고 양측의 이견이 컸던 탓이다.
이에 따라 노조 측은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제기했다. 만약 20일까지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파업에 돌입할 수 있게 된다. 노조 한 관계자는 "재단 직원 대부분이 만성적인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조정이 결렬되면 파업도 불사할 것"이라고 했다.
민선 7기 출범 이후 수익 위주로 급변한 재단 운영방향도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배 구청장은 주민 편의 목적으로 운행하던 셔틀버스가 '적자 사업'이라는 이유로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때문에 재단은 위탁업체 재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지 못했고, 당장 계약이 만료되는 다음 달부터 운행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다.
동구청은 셔틀버스 6개 노선 중 타 지역으로 운행하는 2개 노선만 없애고, 한 달 간 계약을 연장하는 방안을 기존 업체와 협의 중이다.
지역 문화계 관계자는 "문화재단은 수익이 아닌 문화복지가 설립 목적"이라며 "공공 재단의 성격에 맞는 운영 방향을 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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