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국사람,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18일 말쑥한 양복 차림으로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나타난 카타빌라 니말 시리 반다라니말(38) 씨는 쏟아지는 카메라 조명에 긴장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가 이내 환한 얼굴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를 반복했다.
법무부는 이날 화재 현장에 뛰어들어 90대 할머니를 구출한 스리랑카인 이주노동자 니말 씨에게 특별공로자 영주증을 수여했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기여한 공로로 영주권을 받는 것은 니말 씨가 처음이다.
스리랑카에서 수학 교사로 일하던 니말 씨는 병마에 시달리던 부모님의 치료비를 마련하려 지난 2011년 9월 한국으로 왔다.
어렵게 받은 취업비자였지만 2016년 7월 체류 기간이 만료됐고, 일하던 공장에서 해고당했다. 그는 스리랑카로 돌아가는 대신 한국에 남는 쪽을 택했다.
"미등록외국인이라는 딱지가 너무 싫었지만, 이미 나이가 차서 스리랑카에 돌아가도 직장을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아버지의 치료비를 마련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미등록외국인 신분으로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거의 없었다. 간신히 구한 일터에서는 두 달치 임금을 떼이기까지 했다. 그는 어렵사리 군위의 한 과수원에 정착했다. 고된 일과였지만 가족 생각으로 버티던 그에게 지난해 2월, 잊지 못할 일이 일어났다.
"마을회관에서 점심을 먹는데, 누가 달려와 '할머니 댁에 불이 났다'고 소리쳤죠. 현장에 가 보니 불이 이미 많이 번져있었어요. 무서웠지만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망설임 없이 유리창을 깨고 들어갔습니다."
그는 매캐한 연기를 마셔가며 쓰러져 있던 할머니를 들쳐업고 탈출했다. 생명은 구했지만 대가는 잔혹했다. 그는 기도 손상과 심한 화상을 입고 한동안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퇴원 후에는 대구 달서구 스리랑카 사원에서 지내며 어려운 시기도 보냈다.
"미등록외국인 신분이 들통나 건강보험 혜택을 받은 병원비는 반환할 처지였어요. 건강 때문에 일을 못 하니 가족들에겐 한 푼도 보내주지 못했죠.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니말 씨의 안타까운 사연은 본지 '이웃사랑'(2017년 7월 4일자)에 소개돼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웃들의 마음은 2천만원이라는 성금으로 바뀌어 니말 씨에게 전달됐다.
"성금 덕분에 치료를 거의 마치고, 일도 조금씩 다시 시작하는 등 일상을 되찾고 있습니다. 가장 어려울 때 도와준 매일신문 '이웃사랑'을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그는 내년 1월 스리랑카로 일시 출국해 아버지를 돌본 뒤 재입국해 직장을 구할 계획이다. "가족들을 만나는 건 1년 3개월 만입니다. 새 직장도 구하고, 아이들이 한국에서 학교에 다니는 모습도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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