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국회의원 갑질 논란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1인당 국민소득이 5만달러가 넘는 스웨덴의 국회의원 세비는 9천만원가량이다.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못 미치는 우리나라는 2억원을 훌쩍 넘는다. 연봉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스웨덴 국회의원은 '3D 직업'으로 꼽힌다. 1년에 10개월이나 회기가 이어져 쉴 틈이 없다. 재임 4년 동안 1인당 평균 87개의 법안을 발의할 만큼 격무에 시달린다. 그런데도 의원 개인 보좌관이 없다. 소속 정당 정책보좌관 몇 명에게서 도움을 받는다.

스웨덴 국회의원은 전용차가 없는 등 특권도 찾기 어렵다. 수도인 스톡홀름에 사는 의원은 버스나 전철, 트램 등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해야 한다. 자전거를 타는 의원을 쉽게 볼 수 있다. 국외 출장 때엔 규정에 따라 이코노미석을 이용해야 한다. 일은 고되고 특권은 없는 까닭에 자발적 불출마자가 30%에 달한다. '힘들어서 못 해 먹겠다'는 의원이 적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은 칭찬보다는 비난을 많이 받는 존재다. 온갖 특권과 특혜를 누리면서 하는 일은 없다는 게 국회의원에 대한 대다수 국민의 생각이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갑질 논란이 뜨겁다. 김 의원이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려고 줄을 섰는데 공항 직원이 김 의원에게 탑승권과 신분증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김 의원이 지갑에 신분증을 넣어둔 채 보여주자 직원은 신분증을 지갑에서 꺼내서 보여달라고 했다. 김 의원은 신분증이 투명하게 보인다는 이유로 거절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욕설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적으로 지금껏 비행기를 타면서 신분증을 지갑에 넣고서 보여준 적이 한 번도 없다.

김 의원은 김경수 경남지사의 지방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김해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부산대 재학 중 학생운동을 하다 구속됐을 때 변호사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고, 노 전 대통령 퇴임 후엔 농업법인 봉하마을 대표이사를 지내 '노무현의 마지막 호위무사'로 불렸다. 누구보다 특권 없는 세상을 꿈꿨던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이 각별한 김 의원이 갑질 논란 한가운데 섰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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