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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반전의 조건/김동원 지음/매경출판 펴냄

한국경제, 반전의 조건
한국경제, 반전의 조건

경제학자이자 금융전문가가 국내외의 다양한 자료와 통계를 살펴 우리나라 경제가 정확히 어디에 서 있는지 진단하고 우리 역량은 무엇이고,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를 따져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책이다.

◇ 거의 모든 지표 빨간불, 위기의 한국경제

한국경제는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기업가들, 경영인들은 물론이고 학자들도 우리 경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평가한다. 내수경기는 물론, 잠재성장률과 취업률 등 거의 모든 경제지표에 경고등이 켜져 있다. OECD 평균을 밑도는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에 저출산·고령화까지 어깨를 짓누른다. 그래서 앞으로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외부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경쟁 국가들은 산업 전반에서 빠르게 디지털 전환을 이루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더디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이 G1 자리를 두고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어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극심한 경영난을 호소하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대구 북구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가 침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일신문 DB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극심한 경영난을 호소하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대구 북구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가 침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일신문 DB

◇ 발등에 불 떨어졌는데, 강 건너 불구경

지은이 김동원은 대학에서 40년 가까이 화폐금융을 연구한 경제학자이자 금융감독원, 국민은행 등에서 다양한 실무를 경험한 금융인이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정책 혹은 경제 움직임을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형국' 이라고 진단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새로 생겨나는 기업도, 폐업하는 기업도 줄어들고 있다. 경제가 점점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신호다. 게다가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급격히 장기 저성장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성장했는데,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른 노화기미를 보이는 것이다.

국내 상황이 이러한데, 바깥은 대전환기를 맞아 눈이 핑핑 돌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제조업 굴기에 나선 중국은 2025년까지 자국 생산품에 필요한 부품의 70퍼센트를 국내에서 생산한다는 목표다. 벌써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디스플레이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중국에 넘어갔다.

◇ 수출 의존도 커 외국사정에 충격 많이 받아

한국은 국내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높다. 세계경제 흐름이 악화될 경우,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책은 (수출경제 입지를 유지하고 다지기 위해서는) 제조업 전반에서 빠르게 디지털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디지털 전환은 기업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다.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정부도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지은이는 무엇보다 기업하기 좋은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도와 인식 변화도 꼭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채찍질하는 사회였다. 상명하복, 야근 등 일사분란하게,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서 따라잡는 '고압력사회'였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스스로 개척해야 할 전인미답의 길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콘텐츠로 경쟁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든 만큼 자유롭고 유연한 사고와 제도,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성공하려면

책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임금을 올려 GDP(국내총생산)에서 임금 비중을 높이려면, 최소한 고용이 감소해서는 안 된다. 임금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고용규모를 줄이거나 늘리지 않는다면, 전체적인 노동 소득증대는 단기적 향상에 그친다는 것이다.

임금을 올리면서도 고용규모를 확대하려면 노동시장의 신축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고용 신축성 보장은 단기적으로 기업의 고용감소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그렇게 돼 버린다면 임금인상이 GDP상의 임금 비중 확대를 가져올 효과는 미미할 수도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필요한 또 다른 조건은 국제공조다. 임금 인상은 상품의 수출경쟁력과 직결된다. 어느 한 나라만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고 경쟁국가들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임금 인상은 오히려 덫이 되고 만다. 이 외에도 이 책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세부적인 조건들을 소개한다. 제반조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은 그럴듯하게는 들리지만, 성과가 없거나 미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역동적 경제 정책과 시스템 마련돼야

지은이는 앞으로 상당 기간 한국경제가 무역성장세를 바탕으로 경기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이 가져올 충격이 불가피하며, 이 같은 세계무역질서의 불확실성 증대가 글로벌 공급사슬의 위축 등 장기적인 무역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개발시대의 분투와 성공으로 선진국의 문턱까지 이르렀다. 다음 세대에서도 번영을 지속하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다.

지은이는 "지속적인 번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포용적 정치·다원적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의 실현이 필수"라고 말한다. 또한 경제에 역동성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책과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대전환의 시대, 2장 장기 저성장시대가 온다, 3장 우리 시대의 절망, 4장 대한민국의 선택, 5장 일어설 것인가, 쇠퇴할 것인가, 6장 희망 만들기 등이다. 259쪽, 1만6천원

▷ 지은이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와 동대학원에서 화폐금융을 공부했다. 수원대 경제학과 교수,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KB국민은행 부행장,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연세대 경영대학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로 있다.

50여 편의 논문과 '금융 기업 구조조정 미완의 개혁'(박영철· 박경서 공저, 2000), '화폐금융과 경제활동'(김기화 공저, 2003), '대불황의 시대, 한국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2016)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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