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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구미 한 초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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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우리 구미도 전망이 좋은 지역에 탑을 세우고, 청백리 228명을 모시는 공원을 만든다면 좋은 교육용 관광상품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해 12월 연말이 저물 즈음, 필자에게 한 권의 책이 배달됐다. 이종원(83) 전 구미문화원 이사가 지난 2011년 12월에 엮은 '부끄럽지 않게, 당당하게'라는 제목의 책이다. 스스로 '나무하는 늙은이'라며 '초부'(樵夫)라고 소개한 그는 243쪽에 이르는 책을 엮은 까닭으로 청백(淸白)과 청풍(淸風)을 앞세웠다.

구미에 청백공원과 청백탑이 세워지면 기릴 인물 228인은 조선조 선산(구미) 등 전국 청백리 219명에 정약용 등을 더한 숫자라고 했다. 그가 사비로 책을 출판한 것은 "청백은 후대에 물려줄 훌륭한 문화유산"이라 판단해서다.

동서양의 여러 나라를 둘러보고 책을 냈다는 그의 설명에 따르더라도 그가 굳이 청백을 주제로 한 책을 낸 배경이 선뜻 이해되지 않지만 그가 살았고, 앞으로도 살아갈 삶터인 구미에 대한 국가의 청렴도 평가를 살피면 나름 이해할 만도 하다.

정부 발표 청렴도에서 지난 2009년 이후 지난해까지 10년의 구미시 성적은 초라하다. 2009년 5단계 평가에서 세 번째인 보통 또는 3등급이 2015년까지였다. 특히 2012년 5등 꼴찌 성적이 2016년부터 반복, 내리 3년째 이어졌으니 말이다.

그가 이런 비참한 뒷날의 결과까지 미리 알고 이를 경계하기 위해 책을 엮지는 않았을 터이다. 하지만 구미시의 청렴도 평가 결과를 보면 그가 일찍부터 청렴과 청백의 강조와 관광 상품화를 주장한 일은 되돌아볼 초부의 꿈이자 안목이 아닐 수 없다.

비록 내용과 편집에서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세월 지난 그렇고 그런 종이 묶음에 그칠 수도 있는 책을 애써 소개한 까닭은 한 초부의 고향 앞날을 아끼고 걱정하는 한 조각 마음 씀씀이만큼은 그대로 묻어둘 수 없어서다. 또한 자신이 발을 딛고 머무는 터에 그만한 고민을 하는 초부가 새해에는 넘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도 담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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