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DGB금융그룹 지주회장과 은행장, 빠른 분리가 순리다

은행장 공백 기간이 10개월째로 접어든 가운데 대구은행 이사회가 지난 3일 퇴직 임원 2명을 은행장 후보로 추천했다. 이에 DGB금융지주는 지주사 추천 후보 등 리스트에 오른 모든 대상자를 검증한 뒤 최종 후보를 결정해 이달 중 주총에서 새 행장을 선임한다. 박인규 행장 퇴진 이후 인적 쇄신과 지배구조개선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후임 행장 선임이 한참 늦어졌지만 이제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대구은행을 비롯한 DGB금융그룹의 이 같은 난맥상은 자초한 면이 크다. 별다른 견제 없이 폐쇄적인 경영을 계속해오다 채용 비리 등 갖가지 고질을 키웠기 때문이다. 은행장이 사법 처리되는 초유의 상황도 그런 결과로, 씻기 힘든 불명예다. DGB 구성원 전체의 책임 의식 부재와 그릇된 관행, 학연·지연 등에 얽매인 조직 문화에 대한 반성과 뼈를 깎는 쇄신이 없다면 대구를 대표하는 기업, DGB의 미래는 여전히 어둡다.

그런 점에서 김태오 회장의 그룹 지배구조개선과 인적 쇄신 등 새판 짜기는 조직 난맥상을 바로잡고 경영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견제를 통한 투명 경영과 인적 구성의 다양성 등 혁신의 방향성에 안팎의 공감대가 큰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렇지만 금융지주사에 모든 권한이 집중될 경우 자칫 새로운 독단 경영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변화를 명분으로 인적 쇄신 등에 무리수가 잦고 그 여파로 윤리경영과 책임의식이 위축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대다수 DGB 구성원과 시민사회 여론이 지주회장과 은행장의 분리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지금은 지주사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도 은행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만약 김 회장의 개혁 행보가 또 다른 편 가르기나 파벌·순혈주의를 자극한다면 DGB에 대한 지역사회의 실망과 불신은 회복하기 힘들다.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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