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봉산문화회관 기획전시 '이은재-겹쳐진 장면'

이은재 작.
이은재 작.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시공간적인 생태와 사물 흔적들의 관계는 어떻게 드러나는 것일까? 세계의 끊임없는 변화는 어떻게 보이지 않는 실체들과 관계를 맺고 또 이들 상황들은 우리의 감각과 어떻게 만나 예술의 영역으로 편입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질문이자 보고서인 설치작업이 올해의 '유리상자-아트스타 2019' 첫 번째 전시공모 선정 작품으로 이은재(47)의 작업 '겹쳐진 장면'이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에서 3월 17일(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은재는 4면이 유리로 된 높이 5.25m의 전시 공간에 연못과 이끼, 나뭇잎과 나뭇가지, 식물의 넝쿨과 돌, 그물망과 계단, 여자 마네킹과 남자 인물상, 나무로 만든 사슴 머리, 소금에 절인 종이, 의자, 액자, 화분, 타일 붙인 소파 등 많은 사물들과 상황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이 생태계는 다름 아닌 작가가 생각하는 시간과 상황, 물질의 변화에 관한 시각적 이미지들의 설계이다.

여자 마네킹은 어느 날 밤에 우연히 골목 옷가게 앞에 버려진 것을 주은 것이며 남자 인물상은 쓰다 남은 나무 조각을 모아 크리스마스 장식용 사슴을 만들었다가 다시 분해해서 사람으로 재조립한 것이다. 소파는 작가의 집에서 오랫동안 사용하다 버린 것이다.

이를 통해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조건들은 매순간 새롭게 배열되고 우리 눈앞에 펼쳐진 이미지 저변에는 또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실체들의 이미지가 겹쳐지는 데 작가는 바로 이 점을 주목하고 있다. 작가의 창작과정은 시공간적 기억이 축적된 세계의 사물들에게서 변해가는 흔적을 수집하고 그 사물 간의 관계를 재구성해 세계 순환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게 다는 아니다. 작가는 계속되는 사물의 변화가 인간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진행되며 이는 다시 말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자연은 '변화' 그 자체라는 점을 궁극적으로 강조한다.

작가노트에서 이은재는 "각 요소들의 수많은 우연들이 겹쳐지면서 필연적인 순간을 만들어내 우리 앞에 나타난다. 각자 가치가 있어서 자기 자리에서 자기역할을 하면서 그물망처럼 관계를 맺고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끊임없이 변화한다"고 했다.

그의 눈에 비친 세계는 온 우주가 인드라망에 얽혀 빛나고 있는 화엄세계와도 같다.

문의 053)66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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