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이헌태(민주당 대구 북갑 지역위원장)의 어머니와 아름다운 상봉

2017년 대구 팔공산 근처 한 식당에서 어미니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칠남매. 왼쪽이 필자.
2017년 대구 팔공산 근처 한 식당에서 어미니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칠남매. 왼쪽이 필자.

'봉화 닭실댁의 손길'

우리 어머니께서 생전에 틈틈이 만드셨던 바늘꽂이, 윷놀이모판, 복주머니 등 공예창작품을 모아서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어머닌 지금 하늘나라에 계시기 때문에 저희 칠 남매가 대신 열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한편으로는 기뻐하시고 한편으로는 민망해하시며 찾아오시겠지요.

이제 어머니가 손수 만드신 바늘꽂이가 훌륭한 예술작품으로 탄생되었습니다. 평범한 여인이셨던 어머니는 명성을 얻는 예술가로 격상한 듯합니다.

어머니 바늘꽂이에는 비범한 솜씨와 예술적 감성, 따뜻한 인간미가 담겨 있다고 전문가가 평가했습니다.

위대한 서양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은 살아 있는 동안 900여 점 가운데 단 한 점만 팔렸습니다.

반 고흐는 자신의 그림이 사후 현대에 와서 세계에서 가장 높이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깜짝 놀랄 것입니다.

어머니 역시 대구 대표 화랑가인 봉산문화거리에서 자신의 작품 전시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면 깜짝 놀랄 것입니다.

어머니 떠나실 때까지 함께 산 저로서는 감회가 남다릅니다. 어머니와 숨결을 나눈 순간순간이 모두 아름답고 그립습니다. 문득 우리 칠 남매와 영원히 이별한 임종, 그 순간이 떠오릅니다.

아흔네 해 동안 별 탈 없으시던 어머니가 2달 만에 갑자기 건강이 악화돼 요양병원에서 치료 중이셨습니다.

작년 1월 10일 오후 4시 10분. 하루에 세 번씩 병원에 들렀던 저에게 간호사로부터 전화로 다급하게 "빨리 와 주세요"라는 말을 듣고 바로 병원으로 가서 도착하니 오후 4시 35분.

간호사가 "5분 전에 돌아가셨다"는 소리에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습니다. 간호사는 덧붙여 "심장이 멎고 30분 후까지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예전 어르신들도 "사람이 죽어도 바로 돌아가시는 게 아니니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라"고 한 말씀이 불현듯 생각났습니다.

어머니 옆에서 형님 누님들과 통화를 시켜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하늘이 도우사 칠 남매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순식간에 다 연결되었습니다.

저는 어머니 귀에다 핸드폰을 갖다 대고 모두에게 한마디씩 말하게 했습니다. 짧은 시간 대화 내용은 한결같았습니다. "엄마 나 00인데, 엄마 그동안 잘 키워줘 고맙습니다. 그간 효도 못해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나중 또 만나요." 간호사 말대로 대략 30분이 흐르니 어머니 손이 식고 얼굴색이 변했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자신이 낳고 키운 칠 남매의 목소리를 다 듣고 평안한 모습으로 저세상을 떠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거실에서 환하게 웃는 어머니께 매일 아침 문안을 드리고 있습니다. 저세상 가신 것 같지 않고 가까운 동네 경로당에 가신 듯합니다.

"늘 나보다 잘난 위를 쳐다보지 말고 나보다 못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만족하며 살아라. 화내지 말고 착하게 열심히 살아라."

제 어머니는 체계적으로 배운 건 많지 않으셨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삶을 대하는 태도, 인간의 도덕적 본성에 관한 깨달음과 통찰이라는 면에서 제가 깊이 존경해 마땅한 분이었습니다.

저희 칠 남매를 정성을 다해 자상하게 키워 주시고 일가의 대소사도 잘 보살피시던 분이십니다.

평생 당신 자신을 위해 돈 한 푼 쓰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감정이 격탕해 자신을 못 이기고 화를 내는 일 역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착하디착한 성정으로 주위의 모든 분들로부터 사랑받으셨습니다.

8년 전 어머니께 막내아들이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정부기관에서 사표내고 우리 모두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더니 "잘 될 것"이라고 격려하신 분입니다.

어머니는 아주 평범하면서도 가장 아름다운 인생을 사셨습니다. 자식으로서 너무 행복했고 너무 감사했습니다.

어머니. 천국에서 잘 계시죠? 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이번엔 특별 휴가를 받아 서둘려 전시회에 오셨으리라 믿습니다. 갤러리 '빛과 길'에서 1월 16일부터 21일까지 엽니다.

전시회를 관람하신 분들 이구동성으로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생전 살아온 기록과 일기, 편지, 생활 속 예술 공예품을 하나하나 보면서 겸손하고 성실한 인간의 삶과 삶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에 대해 많은 것을 느낀 듯합니다.

저승에 계시는 어머니와 이승에 있는 우리 칠 남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봉을 하고 있습니다. 기쁘시죠?

이헌태 더불어민주당 대구 북갑 지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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