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세먼지가 바꾼 도청 신도시 풍경

미세먼지 그래픽 참고
미세먼지 그래픽 참고

'불청객' 미세먼지가 경북도청 신도시의 일상까지 바꿔놓고 있다.

도청 신도시의 경우 안개 일수가 대구보다 4배나 많을 정도로 안개가 잦은 데다 미세먼지까지 극성을 부리면서 주민들이 외출을 극도로 자제하는 등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여기에다 2단계 도청 신도시 터 닦이 공사까지 한창 진행되고 있어 공사 먼지까지 섞여 주민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도청 신도시에는 천년숲 등 곳곳에 걷기 좋은 보행로를 조성해 놨지만 미세먼지가 짙어지면서 보행자를 찾기가 힘들어졌다.

주민 이상일(52) 씨는 "미세먼지가 많은 날엔 운동이 오히려 독이 된다는 얘기를 듣고는 당분간 아침 운동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 쇼크는 도시 경제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도시에는 상대적으로 자영업자 비중이 높아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매출이 천차만별이다.

신도시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4) 씨는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는 날에는 저녁 매출이 반토막 나기 일쑤다. 특히 주말에 미세먼지가 있는 경우에는 매출이 더 줄어든다"며 하소연했다.

또 다른 상인은 "날씨가 추워지면 으레 나타나는 군밤과 군고구마 노점이 신도시에 없는 이유도 미세먼지와 무관치 않다"고 했다.

미세먼지 덕을 보는 곳도 있다.

도청 신도시의 유일한 이비인후과의원에는 몰려드는 환자로 항상 만원이다.

지난주 이 의원을 찾았다는 박은숙(35) 씨는 "오전 10시쯤 방문했는데 앞선 대기환자가 30명이나 있었다"며 "오전에 예약을 하고 오후에 다시 나가 진찰을 받아야 했다"고 푸념했다.

학부모 최모(39) 씨는 "신도시 의원이 터져나가다 보니 안동 시내로 원정 진료를 떠나는 이들도 적잖다"고 했다.

미세먼지 관련 판촉물까지 생겨났다.

호프집이나 음식점 상인들은 기존 물이나 휴지 대신 미세먼지 방지 마스크를 판촉물로 꺼내 들었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모(38) 씨는 지난주부터 가게 판촉물을 간이 휴대용 휴지에서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로 바꿨다.

이 씨는 "미세먼지 마케팅이 고객들의 관심을 끄는 데 나름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삼겹살집 주인 박모(42) 씨는 "삽겹살이 미세먼지와 황사 등에 좋다는 문구를 전단에 넣은 미세먼지 판촉물을 만들어 홍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경북도보건환경연구원장은 "미세먼지가 도청 신도시 주민들의 생활 패턴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며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노약자나 아이들은 되도록 외출을 삼가고 외출 시에는 미세먼지 저감 마스크 등을 착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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