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료비 부담 줄면서 환자 급증에 일선 병원 혼란, 의료인들 "환자 불편 되돌릴 수 없어" 지적

건강보험 급여 대상을 확대하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의료현장에서는 오히려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자들이 몰려 병원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의료인 진료 부담이 커지는 등의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는 것. 정부가 전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로 도입했지만, 환자 수요와 검사 요구 증가 등 의료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료비 고통 덜겠다던 정부 정책, 의료현장 부담으로

보건복지부는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기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한 이후 지난해부터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를 완전히 해소하는 건강보험 급여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의료비 가운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비중이 높아 가족 중 중증질환자가 생기면 가족 전체가 고통받던 상황을 정부가 보완하겠다는 게 목적이다.

따라서 ▷1~3인실 등 상급병실 본인부담률 완화 ▷MRI·초음파검사 건강보험 적용 단계적 확대 ▷선택진료비·선택진료의사 폐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 병상 확대 ▷노인·아동·여성·장애인 등 취약계층 진료비 부담률 완화 등이 지난해부터 이뤄졌으며, 일부 제도는 적용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정책 도입 초기 의료현장에서는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2~3인실에 입원하려는 환자가 늘면서 병상 부족 사태가 더욱 심각해진 것이다. 전공의는 주당 근로시간 80시간 상한제를 적용받다 보니 한밤중 입원실을 관리할 의료인도 부족한 실정이다.

대구 A대학병원의 경우 상급병실 건강보험이 확대 적용된 지난해 6월 이후 지난달까지 상급병실(1~3인실)에 입원한 환자는 월평균 3천113명으로, 적용 전 월 2천887명보다 200명 이상 늘었다.

뇌 MRI 검사도 급증했다. 검사비가 낮아지면서 두통과 어지럼증만 생겨도 뇌 MRI 검사를 받는 사람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뇌 MRI 급여가 확대된 이후 A병원에서 진료비 혜택을 본 환자는 월평균 1천711명으로, 적용 전 월평균 1천559명보다 13.6% 늘었다. B종합병원(3차)도 뇌 MRI 검사 환자가 지난해 10월 이후 월평균 1천242명으로, 시행 전인 9월 939명과 비교해 월 300명 가까이 늘었다.

◆환자 증가, 중환자들 불편으로 이어져

환자 증가 현상은 환자들 불편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진료 순번이 길어지면서 제때 치료받지 못하거나 대기시간이 길어져 마찰을 빚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 한 종합병원에 입원했던 최모(52) 씨는 "지난해 12월 응급실에 방문한 뒤 입원치료가 필요해 대기번호를 받았더니 92번이었다. 며칠을 기다려서야 입원실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병원 측은 "환자가 늘면서 평소보다 대기기간이 50% 이상 길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뇌 MRI 검사비(본인부담금)가 기존 60여만원에서 18만원으로 낮아지자 각 병원 영상의학과에서는 넘치는 예약을 처리하지 못해 전전긍긍이다. 종합병원 방사선사 김모 씨는 "보통은 응급 환자를 위해 예비 시간을 비워놓지만, 지금은 온종일 일정이 빼곡하다 보니 뇌출혈 등 응급환자가 들어오면 부랴부랴 진료 순서를 조정하느라 대혼란이 빚어진다"고 털어놨다.

지역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의료인 업무 부담은 일시적이겠지만 이로 인해 중증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사태는 빚어져서는 안 된다. 현장의 부작용과 정책 추진이 발을 맞춰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은 "환자들이 불필요하게 건강보험 혜택을 남용하지 않도록 다양한 대책을 강구,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가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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