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즈음'엔 '그 때'만 되면 온 동네 사람들이 '그곳'에 몰려들었다. 설을 코앞에 둔 목욕탕은 반쯤은 성지라 해도 좋을 만큼 반드시 거쳐야할 곳이었다. 탁도 높은 온탕에 몸을 담가 때를 불려 밀고 또 밀고서야 명절 채비를 끝낸 기분이었다.
요즘이야 샤워가 일상이라지만 몇 십 년 전까지 전신을 물에 담그는 건 흔치 않았다. 힌두교의 '쿰브멜라'처럼 성스러운 강물에 몸을 담가 죄를 씻어내고, 윤회의 굴레를 벗어나기 쉬워지길 바라고 한 건 아니었다. 큰일을 앞두고 몸을 씻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의미 부여의 강도는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결심하는 의식이었다.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는 김장을 담그고, 명절을 치르고, 큰일을 끝내고 또 몸을 씻는다는 거다.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며 내리는 '셀프시상'이다.
#'지친 어른들에겐 온천욕을, 여름이 그리웠던 아이들에겐 물놀이를'
당장 다음 주가 설연휴다. 포상 주간이다. 아이들의 주머니도 두툼해졌다. '엄마한테 세뱃돈 맡기자'는 말이 통할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겨울방학도 얼마 남지 않았다. 가족여행을 겸한 물놀이 카드를 내밀어보자.
겨울철 물놀이에 겁먹을 건 없다. 겨울바람 칼날이 무뎌졌다. 주섬주섬 짐 챙겨 해외로 향할 건 아니다. 따뜻한 물에서 수영하면 얼마나 좋을까란 상상은 현실이 된 지 오래다.
대구경북에서는 고전이 된 양수겸장의 겨울철 물놀이장이 더러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가족 단위 이용객을 맞는다. 온가족이 함께 나설 요량이면 단연코 물놀이 시설과 온천이 함께 있는 복합시설이다. 시설 걱정은 붙들어 매도 좋다. '조금만 더'를 외치며 지치지 않는 아이들의 체력이 부담일 뿐.
◆온가족 설연휴 놀이터, 덕구온천스파월드

울진에 있는 덕구온천스파월드다. 한겨울 울진은 명성에 비해 이용자가 많지 않다. 거리 탓이다. 덕분에 겨울방학 덕구온천스파월드는 전세낸 듯 놀 수 있다. 여름 피서철 인파를 떠올리면 '귀족 물놀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다. 여름이 안 왔으면 좋겠다 싶을 만큼 여유롭다. 모든 시설의 수온은 40도 안팎으로 따뜻하게 유지돼 물 밖으로 나오지 않으려 한다는 게 부작용이다.
온천업계에서도 귀족 대접을 받는 덕구온천이다. 국민보양온천이다. 온도, 성분 등이 우수하고 주변 환경이 양호해 건강 증진과 심신 요양에 적합하다고 인정된 온천 가운데 행정안전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광역자치단체장이 지정한 온천이란 말이다.

실제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했던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가 휴가지로 낙점한 곳이기도 했다. 약알칼리성 온천수인 덕구온천은 신경통, 류마티스성 질환, 근육통, 피부질환, 여성의 피부미용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근육신경마비에 특별한 효험이 있다고 한다.
국민보양온천으로 이름을 올린 다른 지역 대표들을 나열하면 덕구온천의 위상을 단박에 알 수 있다. 강원도의 속초 설악 워터피아, 충남의 아산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 경남의 마금산 원탕관광온천 등이다.

보약같은 그 물에서 수영하고 다이빙할 수 있는 겨울철 물놀이는 스파월드에서 누린다. 수온이 높아 찬물이 그리울 정도다. 4km 떨어진 응봉산 원탕에서 파이프라인을 타고 온 온천수가 마사지사 역할을 한다. 기포와 물의 흐름을 이용해 발부터 머리까지 온몸을 마사지하는 '테라쿠아'와 강력한 물기둥으로 몸을 마사지하는 '액션스파'가 근육을 풀어준다.
노천에는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줄기로 마사지를 하는 물안마폭포탕, 300년 이상 된 원목이 은은한 향기를 전하는 원목온탕, 딸기와 레몬을 이용한 딸기탕과 레몬탕, 온천욕 후 쉴 수 있는 야외 선탠장이 간택을 기다린다.
덕구온천스파월드에서 특이하다고 꼽을 만한 건 프라이빗 스파룸, 일명 '가족룸'이다. 가족끼리 별도 공간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다. 다만 요금은 별도다. 입장료=대인 3만5천원, 소인 2만6천원. 문의=054)782-0677.
◆엘리바덴
엘리바덴의 자랑은 유황온천이란 점이다. 1ℓ에 유황이 3.2㎎ 이상 함유된 온천으로 우윳빛이 감돌며 유황 특유의 삶은 달걀 냄새가 난다. 거리낌이 드는 냄새지만 이게 진국이다. 활성산소를 억제하며 해독, 살균, 항알레르기 작용으로 만성피부염에 효과적이다. 당뇨병, 부인병, 만성기관지염 등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남 아산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0.277㎎/ℓ)보다 높다.

실제 엘리바덴의 인기는 이용객 수치로 입증됐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내놓은 '2017년 온천 이용자수'에서 연간 65만명의 이용객이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지역 1위다.
유황온천으로 즐기는 도심 속 워터파크라는 콘셉트로 2011년 개장한 엘리바덴 상인점은 유황온천만 무기로 갖고 있는 게 아니다. 찜질시설은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입소문을 탔고, 워터파크는 가족단위 이용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겨울철 물놀이의 완성은 피로 회복이다. 온천수 수질과 시설을 동시에 봐야하는 이유다. 엘리바덴은 독일식 아쿠아테라피 방식인 바데풀에 다양한 수압을 활용해 이용객을 맞는다. 제트 수류를 이용한 넥샤워를 비롯해 어깨, 등, 허리, 허벅지, 종아리를 마사지해주는 바디마사지와 플로팅풀까지 일명 '바데풀 삼총사'다.
튜브에 둥둥 떠다녀 남녀노소 좋아하는 왕복 80m 실외 유수풀은 어르신들의 수중보행에도 적당해 인기가 높다. 수심 40cm로 얕게 채워놓은 키즈풀에서는 영유아들이 안전하게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2,644㎡ 규모의 초대형 찜질시설은 찜질방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넓어 찜질광장이라 불린다. 입맛대로 각양각색의 찜질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입장료=성인 2만7천원, 청소년 2만4천원, 미취학아동 2만2천원. 문의=053)644-7000.
◆스파밸리
스파밸리는 입소문은 물론이고 공공기관이 검증을 끝낸 곳이다.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웰니스관광 25선'에 선정됐다. 건강과 힐링을 중심으로 스파, 휴양, 뷰티, 건강관리 등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공증이다.
스파밸리는 100% 육각 온천수 사용을 자랑으로 내세운다. 화학적 구조가 6각형 고리 구조인 육각수가 아토피가 개선되고 당뇨, 고혈압, 뇌졸중 등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엘리베이터를 통해 각 층의 실내 스파시설을 이동해야할 만큼 큰 규모를 자랑하는 스파밸리다. 그러나 겨울철 스파밸리에서 본전을 뽑으려면 야외로 가야한다.
길이 100m에 이르는 유수풀은 한겨울에도 야외로 이어진 구간을 운영한다. 튜브에 몸을 맡기고 떠내려 가다보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수영장 하나를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25미터 길이 야외 노천탕도 마찬가지다. 매시간 인공눈을 뿌려 노천 온천의 느낌을 낸다.

한때 전국적 유명세를 떨쳤던, 국내 워터파크 슬라이드의 시조 격인 스파밸리의 슬라이드는 아쉽게도 겨울철에는 이용이 제한된다.
대신 겨울철 물놀이와 피로 회복이라는 콘셉트를 살린 시설들이 킬러콘텐츠로 대기중이다. 피곤한 몸을 풀어주는 기가 방출된다는 신물질 UK볼로 음이온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한 UK볼 찜질방, 물마사지풀과 한방스파존, 야외전경을 보며 즐기는 테라스탕은 연휴 피로 저격수다. '노천오행탕'도 눈에 띈다. 음양오행에 기반한 노천탕이다. 생년월일별로 화, 수, 목, 금, 토의 다섯 가지 체질로 분류한 노천탕을 이용자 특성에 맞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물놀이를 마친 뒤에는 온천에서 씻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이벤트에 강한 스파밸리다. 설연휴 기간 동안 한복을 입고 오면 워터파크 자유이용권이 할인된다. 2007년생 돼지띠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3월 3일까지 겨울시즌모드로 운영된다. 2000년생 1만원 행사, 학생할인 등 할인혜택이 있다. 입장료=대인(중학생 이상) 종일권 3만8천원, 대인 오후권 2만4천원, 소인(36개월~초등학생) 종일권 3만원, 소인 오후권 1만9천원, 36개월 미만 무료. 문의=1688-8511.
댓글 많은 뉴스
'내편은 묻지마 사면, 니편은 묻지마 구속(?)'…정권 바뀐 씁쓸한 현실
'우리 꿈 빼앗겼다' 입시비리 조국 사면에 수험생·학부모·2030 분노 표출
김건희 구속·국힘 당사 압수수색…무자비한 특검 앞 무기력 野
유승준 "사면? 원치 않아…한국서 돈 벌고 싶은 생각도 없다"
김문수, 당사서 '무기한 농성' 돌입…"무도한 압수수색 규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