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 맘 때쯤 일이다. 설 명절을 앞두고 장년의 한 여인이 임팩트 훈련장으로 찾아왔다. 조심스레 운을 뗀 그는 10년 동안 보기플레이(평균 90타 안팎)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침울하게 한탄하며 자신의 골프기량을 원망했다. 사업체를 안정괘도에 올려놓은 뒤, 격한 운동이 아닌 골프가 적절하다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50대 초반 클럽을 잡기 시작해 10년이 흘렀다는 이 여성은 최근까지 골프 땜에 신경증 스트레스가 되레 크게 늘었다고 의기소침했다.
잠깐의 스윙 테스트를 통해 지난 10년의 습벽과 어긋난 골프 스윙경로를 나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도 거의 대다수 아마추어 골퍼들이 구력이 쌓여 갈수록 자신도 모르게 악습의 경로를 밟고 있는 현상, 즉 클럽헤드로 볼을 때리고 밀어내는 식의 스윙을 구사했다. 이 여성골퍼는 구력 5년 차인 50대 중반까지 그런대로 동반자보다 눈에 띄게 처지거나 부족하지 않았던 기량이었다. 하지만 이후부터 다달이 비거리가 줄어들었고 어느 시점부터 예약된 골프라운드 전날 밤부터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고 토로했다.

나이 탓으로 체념하기엔 같은 또래의 엄마들이 전혀 주눅들지 않은 상태였으며,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더 어설픈 스윙으로 낮은 스코어를 기록해 자신을 열등하게 몰아가기 십상이었다. 몇 해 전부턴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다니 듯, 스윙 교정과 비거리를 이전처럼 만들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남다른 노력을 기울었으나 모두 헛사였다.
또 라운드를 즐기는 동반자들 몰래 밤 늦도록 비지땀을 흘리며 연습을 게을리 한 것도 아닌데 한번 어긋난 스윙의 밸런스는 되돌아 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를 개선해줄 것을 호소했다.
필자는 먼저 다음과 같은 멘탈 얘기를 여성골퍼에게 들려줬다. "이미 마음의 불안감이 지나치게 한계를 넘어 정상적인 스윙밸런스를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할지 모른다고 전제하며, 다만 클럽헤드로 볼을 때리거나 밀어내는 방식의 스윙이 점점 더 자신을 조급한 골퍼로 만드는 일차적인 원인입니다."
볼에 집착하지 않고 휘두르는 명확한 스윙을 강하게 권유했고, 얼마동안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이를 몸에 체화시켰다. 또 스윙교정을 위해 얼마 동안 라운드 출전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방법의 훈련 레슨은 클럽헤드가 볼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볼을 지나치게 하는 무의식적인 타격감각 훈련을 접목시켰다. 이는 생각없는 스윙을 가능케 해 임팩트 터치감이 크게 개선되는 효과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일정기간이 경과한 뒤, 이 여성골퍼는 60대 초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통적인 스윙의 임팩트 원리 한 단락을 터득했다. 이후 골프에 대한 자신감을 급속도로 회복했으며 꾸준한 노력 끝에 이전의 비거리와 방향성을 복구, 현재 라운드를 즐기고 있는 중이다.
골프의 버릇은 그립을 잡은 뒤, 일주일부터 몸에 새겨지기 시작하고 이 습벽은 몸의 근육마다 조각칼로 나무에 새겨 놓 듯 선명하게 남아 오랫동안 골프행로를 좌우하게 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가장 어울리는 스포츠 종목을 선택한다면 골프가 아닐까.
골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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