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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해의 엔터인사이트] '킹덤' '극한직업' 류승룡의 화려한 부활

영화
영화 '극한직업'의 성공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류승룡

한동안 침체기에 빠져있던 배우 류승룡이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그리고 영화 '극한직업'의 성공과 함께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 1월 25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6부작 드라마 '킹덤'은 탄탄한 각본과 연출력, 그리고 국내 방송사 플랫폼에서는 선보일 수 없던 수위까지 더해 '영화같은 드라마'로 호평을 끌어냈다. 한국의 제작진과 배우가 투입됐지만 제작비는 넷플릭스가 지원한 해외자본으로 조달했다. 같은 달 23일에 개봉된 영화 '극한직업'은 개봉 14일 만에 관객 수 900만 명 선을 넘어서며 '2019년 첫 1천만 영화'라는 타이틀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류승룡은 이 두 작품에서 각각 주인공 캐릭터를 연기하며 극의 성공을 이끈 공신으로 인정받고 있다. 꽤 오랫동안 출연하는 작품마다 부진한 성적을 거둔데다 의도치 않게 '인성논란' 등 구설에 시달리며 힘든 시기를 겪었던 배우다. 하지만 동시에 두 편의 출연작이 흥행과 평가 양 면에서 성공을 거두며 류승룡의 위치 또한 달라졌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킹덤'에서 영의정 '조학주' 역을 맡은 류승룡

#'킹덤' 호평과 함께 존재감 재조명

'킹덤'은 국내에서 제작된 장편 드라마로서는 처음으로 좀비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게다가 시대배경이 조선이라 더욱 새롭게 느껴진다. 지난해 말 '조선시대 좀비'를 다룬 영화 '창궐'이 개봉되긴 했지만 워낙 형편없는 만듦새로 비난받으며 흥행에서도 크게 실패해 괜히 '킹덤'의 장애물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킹덤'은 '창궐'과 달리 완성도에 대한 호평을 끌어내며 이미 예고된 시즌2에 대한 큰 기대를 얻는 데 성공했다.

아이디어도 참신하다. 궁 안에서 실질적인 권력을 거머쥐고 있는 조씨 가문의 세력이 아예 왕권까지 자신들의 뜻대로 휘두르고자 죽은 왕을 억지로 살려내 큰 문제를 야기한다. 어린 중전이 잉태한 아들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한 달 동안 왕을 살려둬야 정식으로 세자 책봉이 가능하며 그래야 이들 세력이 나라를 좌지우지할 권력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상황이다. 동시에 이들 조씨 일가는 기존의 세자를 역모를 꾸민 죄를 추궁하며 궁지에 몰아넣는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설정은 죽은 왕을 살려내는 과정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들이다. 죽은 왕을 억지로 살려내기 위해 특수한 약초를 사용하는데, 이 약초로 인해 살아난 왕은 말 그대로 좀비가 된 상태로 그저 움직일 수만 있는 시체가 된다. 그리고 좀비가 된 왕으로부터 의도치 않게 살해된 시체가 '고깃국'이 돼 굶주리던 백성들의 입 안으로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바이러스 전파가 시작된다. 다소 자극적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설정인데 그래서 넷플릭스라는 플랫폼과 잘 어울리는 것도 사실이다.

류승룡은 이 드라마에서 영의정 조학주 역을 맡았다. 조선에서 누릴 수 있는 권력의 최극단까지 가보겠다는, 야심으로 똘똘 뭉친 악의 축이다. 전작인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나 '남한산성' 등 사극에서 보여줬던 기운 넘치는 캐릭터와 이미지 상으로는 유사해보이지만 이번에는 오로지 자기 욕심 때문에 일을 벌이는 '철저한 악역'이란 점에서 그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광해'나 '남한산성'에서 보여주던 인간미나 고뇌하는 모습을 배재하고 야망을 실현시키고자 애쓰는 과정을 주로 보여준다. 무게감 넘치는 기존의 이미지를 사수하면서도 수시로 그보다 더 강한 눈빛과 어조로 대사를 쳐낸다. 이 때 화면을 압도하는 류승룡의 기운은 보는 이를 섬뜩하게 만들 정도다. 오랜만에 류승룡의 존재감이 제대로 드러난 작품이라는 것은 절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마약반 형사들이 잠복근무를 위해 치킨집을 운영하는 내용의 영화
마약반 형사들이 잠복근무를 위해 치킨집을 운영하는 내용의 영화 '극한직업'에서 '고반장을 역을 맡은 류승룡.

#'극한직업' 성공으로 충무로 영향력 확장

영화 '극한직업'은 '스물' '바람바람바람' 등 재기 넘치는 작품을 만들었던 이병헌 감독의 신작이다. 이 감독의 재치는 이번에 특히 빛을 발했다. 실적이 부진해 해체 위기에 몰린 마약반 형사들이 잠복근무를 위해 임시 운영하게 된 치킨집이 맛집으로 떠오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대박 맛집'이 된 치킨집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본업이 충실하며 힘들게 범인 검거에 열을 올릴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인물들. 단 한줄 분량의 짧은 내용 설명 만으로 예비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놀라운 소재다. 완성도 역시 이병헌 감독이 전작에서 보여준 것처럼 꽤 튼실하다. 무엇보다 "그저 관객을 웃기고 싶었다"라는 연출의도 만큼이나 신나게 웃겨준다. 오랜만에 나온 코미디영화이고, 무엇보다 한국 코미디 영화로서도 오랜만에 나온 빅히트작이다.

류승룡은 이 영화에서 마약반을 이끄는 고반장을 연기했다. 해체 위기에 몰린 자신의 팀을 지키고자 물불 가리지 않고 범인 검거에 나서다 의도치 않게 맛집으로 터져버린 치킨집 때문에 괜한 갈등을 하게 된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이나 '7번방의 비밀'에서 보여준 것처럼 잔뜩 망가지며 큰 웃음을 주는데 류승룡의 코믹연기 자체가 워낙 오랜만이라 그 자체만으로도 반갑다. '배달의 민족' CF에서 보여준 그 능청스러운 모습을 다시 보여주니 상당한 친근감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류승룡이 그저 무게만 잡는 것이 아니라 코믹연기가 되는 배우라는 사실을 관객으로 하여금 다시 깨닫게 만들어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여러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또 꺼내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란 사실을 알리는 것은 대중 매체에 몸을 싣고 있는 배우의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극한직업'의 성공은 류승룡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충무로에서 다시 한번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킹덤'과는 또 다른 큰 의미가 있다. '킹덤'이 호응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국내 대다수 한국 대중을 감싸 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워낙 빠르게 영향력을 넓히고 있어 머지 않아 한국 대중문화 콘텐트 시장이 넷플릭스에 잠식당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하지만, 어쨌든 아직까지는 넷플릭스를 사용하는 연령대가 젊은 층에 한정된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그래서 국내 방송 플랫폼을 통해 방송되는 드라마나 극장가에서 히트치는 영화에 비해 입소문 등에 의해 퍼져나가는 화제성이나 '체감시청률'을 직접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지 않다. 류승룡처럼 영화 출연작의 성공을 기반으로 인기를 얻은 배우에게는 특히 이런 부분이 아쉬울 법 하다. 그런데 이번에 류승룡은 유난히 운이 좋았다. '킹덤'으로 세계 시장에 자신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넷플릭스를 주로 이용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동시에 영화 '극한직업'이 '대박'을 터트리면서 한국 대중문화 시장 전반에서 또 한번 '히트메이커'라 불리게 되는 영광까지 누릴 수 있게 됐다. '내 아내의 모든 것'과 '7번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로 3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제49회 백상예술대상 대상까지 거머쥐었던 그 때의 입지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실로 오랜만에 잡게 됐다는 말이다. '손님' '도리화가' '염력' '7년의 밤' 등 출연작의 연이은 참패를 겪으며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슬럼프를 겪었던 류승룡이 결국은 실력 하나로 재기했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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