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늘에서도 행복하길"…청도 반려견 화장터 '하얀민들레'

▶아홉 번째 반려견 장례식

우해숙(가명)씨 부부가 반려견 화장터에서
우해숙(가명)씨 부부가 반려견 화장터에서 '은비'장례식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강민호 기자 kmh@imaeil.com

"은비야, 너무 보고 싶어.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

이날 우해숙(사진·가명) 씨는 13년간 기르던 반려견 '은비'를 하늘나라로 보냈다. 반려견을 화장(火葬)하는 건 아홉 번째이다. 한 마리 한 마리가 자식이었다. 짧게는 6년에서 18년 이상 기르던 강아지가 세상을 떠날 때마다 가슴이 찢어졌다. 은비도 죽기 전 두 달간은 일어나지 못했다. 혹여나 몸에 욕창이 생길까 봐 2시간에 한 번씩 몸을 반대쪽으로 뒤집어 주었다. 은비는 몸에서 단백질이 급격하게 빠지는 증세를 보여 닭고기만 삶아 먹였다. "반려견 화장터에 올 때마다 심신이 많이 지쳐요. 그래도 제대로 보내줘야 마음이 편해집니다. 아직 16번을 더 와야 하는데 우리(부부)도 나이가 많아 걱정입니다."

▶유기견과의 인연

"살아있는 걸 어떻게 버릴 생각을 했을까요? 사람이 버렸으니 사람이 책임져야지요."

해숙 씨 부부가 스무 마리가 넘는 강아지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계기는 이십여 년 전 집 앞에 버려진 강아지를 키우면서부터였다. 생명을 버린 사람이 괘씸하기도 하고 유기견이 가여워 최선을 다해 돌보았다. 해숙 씨의 남편은 개를 좋아하지 않지만 측은한 마음에 유기견을 키우는 데 동의했다. 집 마당에 강아지 집도 만들어 주고 피부병이 생기지 않을까 깨끗이 목욕시켜 미용도 해주었다. 해숙 씨는 버려진 강아지를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 데려다 키우기 시작했는데 25마리까지 늘어났다. 그중에는 해숙 씨네가 형편이 좋고 유기견을 잘 거둔다는 소문이 나면서 현관 앞에 버려진 강아지도 여럿 있다. "강아지와의 인연은 지금 키우고 있는 16마리까지라고 생각해요." 최근까지도 강아지를 해숙 씨에게 데려와 맡아 달라 부탁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더 이상은 어렵다고 거절했다. 일흔을 바라보는 부부에게 사실 지금 키우고 있는 아이들도 버겁다.

▶잘 키우고 잘 보내주기

거두고 먹이는 일도 보통 일은 아니었지만 보내는 일은 더욱 버거웠다. 10년 전 처음 키우던 몰티즈가 죽었을 때 어떻게 보내줄지 고민이 많았다. 집 마당이나 산에 묻어줄까 생각했지만 가족 같은 반려견을 사람과 똑같은 방법으로 화장하기로 결정했다. 화장 비용도 때마다 20~30만 원대로 적지 않고, 화장터에 가서 장례의식을 치르는데도 온종일을 할애해야 했다. 해숙 씨는 가족처럼 함께 생활하던 반려견을 최선을 다해 보내주는 것이 생명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물론 내 마음도 편해졌다. 매번 화장을 하고 절에서 49재도 지냈으며 유골함은 집 한 켠에 두고 강아지가 보고 싶을 때마다 만져보았다. "유별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우리 가족이 생명에 느끼는 감정이나 가치관은 다른 사람의 그것과 다를 수 있잖아요. 함께 숨 쉬던 강아지가 없어지면 그만큼 공허한 게 없어요. 잘 먹이고 제대로 보내주고 싶어요."

▶강아지와의 인연

아홉 번째라서 마음이 조금 단단해진 걸까? 해숙 씨 가족은 화장터 속으로 들어가는 '은비'를 보며 한바탕 눈물을 쏟아내고선 금세 마음을 추스른다. 그 와중에 '은비' 다음으로 화장을 기다리던 강아지의 견주는 2시간이 넘도록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한 시간 남짓한 시간에 13살 은비의 흔적을 지울 순 없다. 장례사는 화장이 덜 된 뼈는 곱게 갈아 도자기에 넣어 해숙 씨에게 건넸다. "잘 키우고 잘 보내줄 수 있는 사람만 강아지와 인연을 맺어야 합니다. 강아지와 살면 매일 밥을 챙겨야 하니까 여행도 못 가요. 자식들한테는 절대 키우지 마라 얘기합니다. 요즘 후원받아서 못된 짓 하는 사람도 뉴스에 나오고 제대로 키울 환경도 아닌데 장난감처럼 강아지를 데리고 사는 사람도 많잖아요. 생명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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