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환수의 골프 인문학-<17>뒤늦은 출발에도 길은 있다

"세월이 더 흐르기 전에 골프를 익혀 가족들에게 소외 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다."

"성인 자녀들과 함께 가족들끼리 골프를 즐기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자녀들 모두가 출가 한 뒤 남은 우리 부부가 건강을 챙기면서 여가 선용을 위한 스포츠는 단연 골프가 으뜸일 것이라는 상상에서 입문하려 한다."

최근 뒤늦게 골프 입문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리 만만치는 않다. 위에 언급된 바람을 성취하기 위한 골프의 진입 문턱이 지나치게 높아 초보 시니어에게 깊은 절망과 좌절감을 안겨주기 십상이다. 정상적인 스윙을 배우고 익혀 실전에서 동반자들이나 가족과 어울리고 싶지만, 이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겪는 심적 고초가 적지 않다.

최근 들어 백발이 희끗한 노년 신사들이 이러한 희망을 안고 골프입문 과정을 문의하거나 홀로 독방의 스크린에서 뒤늦은 골프 행로를 개척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났다. 베이비 붐 세대를 비롯한 노년층들이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구력이 많은 일부 골퍼들은 개인의 열정이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이들에게 너무나 가벼운 말투로 단지 나이를 잣대 삼아 숱한 좌절감을 안기기 일쑤다.

유연하지 못한 근육, 무조건적인 반사 신경의 퇴행, 나날이 줄어드는 파워 에너지등이 적합한 출발이 아님은 분명하다. 기대와 욕심을 갖고 덤벼드는 바람에 큰 실망감에 휩싸이기도 하지만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70줄 나이에 첫 라운드에 나서는 시니어 골퍼의 용기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골프에서 가장 흔한 기술적 조언이 힘 빼고 볼을 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왕에 힘 빠진 노년층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이 바로 골프일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실제로 그렇다. 배우고 익히는 현장에서 노년층이 젊은이들의 파워에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대로 된 스윙을 연마한 뒤 부드럽고 깔끔한 임팩트를 구사해 노익장을 과시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하곤 한다. 세월의 지층이 만든 오랜 구력도 짧은 경륜의 늦깎이 열정에 금방 추월당하는 수모를 겪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전설적인 골퍼들 중 약한 비거리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사례가 적지 않으며 여기에는 파워가 아니라 자로 잰 듯한 정확성이 언제나 원동력이 됐다. 노년 세대의 골프에서 부족한 힘과 기량을 무작정 채우려는 욕망은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것일수 밖에 없다. 부족한 테크닉을 보충하는데 자신의 열정을 낭비하기 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기술을 더 가다듬어 경쟁력을 갖추는 지혜를 발휘해야만 한다. 노년 골프에서도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이 유효하며 첫 출발에서 긍정적으로 임하면 앞날이 어둡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골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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